[종이 대란] 서적용 '백상지' 연초부터 품귀…25만부 주문받고도 발만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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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걸린 출판계
월간지 면수 줄여 발행…책 못만들어 홈쇼핑 방송 취소
종이값 이달에만 5% 올라…책값 인상으로 이어져
월간지 면수 줄여 발행…책 못만들어 홈쇼핑 방송 취소
종이값 이달에만 5% 올라…책값 인상으로 이어져
출판업계가 겪고 있는 '종이 대란'은 '전쟁' 수준이다. 종이 품귀 현상은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지금까지는 종이 유통업체(지업사)와 출판사들이 그동안 확보한 재고물량으로 막아왔지만 재고가 소진되면서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책 · 월간지 · 필기 · 복사용지 등으로 많이 쓰이는 백상지를 구하기 위해 출판사와 지업사 모두 아우성"이라며 "전쟁을 치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상지(白上紙)를 구하라
인쇄용지는 고급 서적 · 복사지 · 필기용지 등으로 쓰이는 백상지(모조지),달력 · 카탈로그 · 잡지 인쇄 등에 쓰는 아트지(코팅지),교과서 · 공책용지 등으로 쓰이는 중질지로 대별된다. 이 중 특히 공급이 달리는 것은 백상지다. 펄프 공급이 달리면서 제지업체들이 펄프가 많이 들어가는 백상지보다 펄프가 적게 들어가면서도 수익성이 좋은 아트지를 많이 생산하기 때문이다.
한 지업사 관계자는 "소설책을 비롯한 일반 단행본 서적과 월간지 등에 주로 쓰이는 백상지 80g짜리(1㎡당 무게가 80g인 종이)나 100g짜리는 재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종이를 공급받는 네 곳의 제지업체 모두 펄프 부족으로 백상지 생산을 대폭 줄였다"며 "이 때문에 월간지는 발행 면수를 줄이거나 대체 용지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법정 스님의 저서들로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를 휩쓸고 있는 출판사 문학의숲의 경우 주문받은 책을 만들지 못해 난리다. 이 출판사 고세규 대표는 22일 "지난주 중반 이미 미출고 주문량이 25만부에 달했고,추가 주문을 받지 못한 채 독자들에게 기다려 달라고만 하고 있다"며 "이번 주에 용지가 일부 나온다는 소문이 있어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또 H출판사 대표는 "지난주 출간한 새 책이 잘 팔려 다음 주엔 재판을 찍어야 할 텐데 종이를 어떻게 구할지 걱정"이라고 했고,O출판사는 "지난주 신간을 내면서 종이(이라이트지)를 구하지 못해 결국 인도네시아산 수입지를 썼다"고 말했다.
홈쇼핑을 통해 아동도서를 많이 판매해온 출판사들도 걱정이 크다. S출판사는 책을 만들지 못해 예정됐던 방송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고,K출판사도 방송 취소를 심각하게 검토 중이다.
◆가격도 상승일로 종이 대란과 함께 종이값도 올라 출판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M출판사 대표는 "며칠 전 지업사로부터 다음 달 1일부터 종이값을 종류별로 5~10%씩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원가 상승에 따른 제지업체들의 종이값 인상 요구를 지업사들도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것.
또 다른 출판사 관계자는 "이달 들어 종이값이 5%가량 오른 데다 4,5월에는 더 오를 것이라고 거래업체에서 통보해와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지업체들이 작년부터 환율을 이유로 종이값을 네 차례나 올렸는데 앞으로 더 인상할 경우 종이값이 책 제작 원가의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며 답답해 했다.
또 종이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가수요까지 겹쳐 종이대란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H출판사 대표도 "종이값 상승으로 이미 책 원가에서 종이값의 비율이 50%를 넘어섰다"며 "종이값 상승은 결국 책값 인상을 초래해 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00쪽 안팎의 소설책 값은 9500~1만원이 대부분이었으나 올들어 1만원을 넘는 소설책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는 것은 종이값 상승 때문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향후 종이값이 더 오르면 책값을 더 올릴 수밖에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고급지 선호 현상도 한몫
국내에서 발행되는 책의 대부분은 고급지에 속하는 백상지로 인쇄하고 있다. 소설책처럼 수십년씩 보존할 책이 아니라면 백상지보다 한 단계 아래인 중질지를 써도 괜찮은데 소비자들이 백상지를 선호하기 때문에 수요가 더욱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 출판사 대표는 "백상지를 구하기 어려워 중질지로 책을 인쇄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과연 서점에 책을 깔아놓았을 때 팔릴지 자신할 수 없어 결국 어렵게 백상지를 구해 인쇄했다"며 "책 내용보다 장정이나 지질을 더 중시하는 독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펄프의 90%를 수입해 써야 하는 처지에 고급지만 고집해서는 종이대란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책 · 월간지 · 필기 · 복사용지 등으로 많이 쓰이는 백상지를 구하기 위해 출판사와 지업사 모두 아우성"이라며 "전쟁을 치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상지(白上紙)를 구하라
인쇄용지는 고급 서적 · 복사지 · 필기용지 등으로 쓰이는 백상지(모조지),달력 · 카탈로그 · 잡지 인쇄 등에 쓰는 아트지(코팅지),교과서 · 공책용지 등으로 쓰이는 중질지로 대별된다. 이 중 특히 공급이 달리는 것은 백상지다. 펄프 공급이 달리면서 제지업체들이 펄프가 많이 들어가는 백상지보다 펄프가 적게 들어가면서도 수익성이 좋은 아트지를 많이 생산하기 때문이다.
한 지업사 관계자는 "소설책을 비롯한 일반 단행본 서적과 월간지 등에 주로 쓰이는 백상지 80g짜리(1㎡당 무게가 80g인 종이)나 100g짜리는 재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종이를 공급받는 네 곳의 제지업체 모두 펄프 부족으로 백상지 생산을 대폭 줄였다"며 "이 때문에 월간지는 발행 면수를 줄이거나 대체 용지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법정 스님의 저서들로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를 휩쓸고 있는 출판사 문학의숲의 경우 주문받은 책을 만들지 못해 난리다. 이 출판사 고세규 대표는 22일 "지난주 중반 이미 미출고 주문량이 25만부에 달했고,추가 주문을 받지 못한 채 독자들에게 기다려 달라고만 하고 있다"며 "이번 주에 용지가 일부 나온다는 소문이 있어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또 H출판사 대표는 "지난주 출간한 새 책이 잘 팔려 다음 주엔 재판을 찍어야 할 텐데 종이를 어떻게 구할지 걱정"이라고 했고,O출판사는 "지난주 신간을 내면서 종이(이라이트지)를 구하지 못해 결국 인도네시아산 수입지를 썼다"고 말했다.
홈쇼핑을 통해 아동도서를 많이 판매해온 출판사들도 걱정이 크다. S출판사는 책을 만들지 못해 예정됐던 방송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고,K출판사도 방송 취소를 심각하게 검토 중이다.
◆가격도 상승일로 종이 대란과 함께 종이값도 올라 출판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M출판사 대표는 "며칠 전 지업사로부터 다음 달 1일부터 종이값을 종류별로 5~10%씩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원가 상승에 따른 제지업체들의 종이값 인상 요구를 지업사들도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것.
또 다른 출판사 관계자는 "이달 들어 종이값이 5%가량 오른 데다 4,5월에는 더 오를 것이라고 거래업체에서 통보해와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지업체들이 작년부터 환율을 이유로 종이값을 네 차례나 올렸는데 앞으로 더 인상할 경우 종이값이 책 제작 원가의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며 답답해 했다.
또 종이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가수요까지 겹쳐 종이대란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H출판사 대표도 "종이값 상승으로 이미 책 원가에서 종이값의 비율이 50%를 넘어섰다"며 "종이값 상승은 결국 책값 인상을 초래해 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00쪽 안팎의 소설책 값은 9500~1만원이 대부분이었으나 올들어 1만원을 넘는 소설책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는 것은 종이값 상승 때문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향후 종이값이 더 오르면 책값을 더 올릴 수밖에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고급지 선호 현상도 한몫
국내에서 발행되는 책의 대부분은 고급지에 속하는 백상지로 인쇄하고 있다. 소설책처럼 수십년씩 보존할 책이 아니라면 백상지보다 한 단계 아래인 중질지를 써도 괜찮은데 소비자들이 백상지를 선호하기 때문에 수요가 더욱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 출판사 대표는 "백상지를 구하기 어려워 중질지로 책을 인쇄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과연 서점에 책을 깔아놓았을 때 팔릴지 자신할 수 없어 결국 어렵게 백상지를 구해 인쇄했다"며 "책 내용보다 장정이나 지질을 더 중시하는 독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펄프의 90%를 수입해 써야 하는 처지에 고급지만 고집해서는 종이대란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