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인수 · 합병(M&A) 과정에서 상장사들이 맺은 '풋백옵션(put back option)' 내역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한 것은 재무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임에도 투자자들이 몰라서 당하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풋백옵션이란 기업 M&A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의 하나로,인수자가 재무적 투자자(FI)의 보유 지분을 일정 시점에 되사줄 것을 약속하는 거래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사태에서 보듯 풋백옵션 계약은 재무구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일반투자자들은 그동안 풋백옵션 계약 내용은 고사하고 존재 여부조차 알 방법이 없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22일 상장사가 다른 법인을 M&A하는 과정에서 풋옵션 콜옵션 풋백옵션 등의 계약을 체결한 경우 관련 공시를 오는 29일부터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타법인 출자공시에 대상 회사와 취득 주식 수,취득 목적을 비롯해 풋백옵션 등의 계약 존재 여부와 내용을 기재하도록 관련 서식을 바꿨다.

과거에 맺은 풋백옵션 계약도 빠짐없이 공시해야 한다. 금감원은 반기 · 분기 사업보고서의 '파생상품 현황'에 기존 풋백옵션 계약을 기재하도록 의무화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사업보고서 제출 마감까지는 시간이 촉박해 자율에 맡기지만 다음 분기 보고서부터는 과거 풋백옵션 계약 내용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며 "이를 어기면 고의성이나 중대성 여부에 따라 형사처벌이나 금융위원회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감독당국이 이같이 결정한 이유는 풋백옵션 계약이 시장에 뒤늦게 알려지면서 문제가 터진 후 투자자들이 날벼락을 맞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11월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18개 국내외 FI들로부터 인수대금의 절반이 넘는 3조5000억원을 끌어들이면서 복리로 연 9%에 달하는 과도한 풋백옵션 수익률을 보장,결국 그룹이 해체되는 상황을 맞았다. 또 FI들은 대우건설 주식을 2만6000원에 인수하면서 3년 뒤인 작년 12월 대우건설 주가가 3만2000원에 못 미칠 경우 이를 금호산업에 매각할 수 있다는 풋백옵션을 보장받았다. 이 여파로 금호산업 주가는 지난해 고점 대비 79% 급락한 상태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사모펀드(PEF)인 티스톤과 함께 2007년 말 일본 게임업체 게임온을 공동 인수하면서 풋백옵션 계약을 맺은 뒤 이를 공개하지 않다가 올 1월 1000억원대 소송이 불거지고 나서야 내용을 알렸다.

풋백옵션 공개 전후로 네오위즈게임즈 주가는 사흘간 10% 이상 하락해 애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 이 외에도 금호아시아나의 대한통운 인수 등 증시가 호황이던 2008년 전후로 풋백옵션을 활용한 M&A가 수두룩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풋백옵션 공시 의무화로 과거에 맺었던 계약 내용도 오는 5월께 나오는 분기보고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어서 만만찮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조치는 M&A 과정의 풋백옵션에 한정돼 있어 공시 대상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시장 투명성을 위해 M&A 과정뿐 아니라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증자 등의 자금 조달 과정에서 맺은 다양한 풋백옵션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진형/이심기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