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화폐개혁의 후폭풍으로 인한 흉흉해진 민심을 달래기 위해 책임자 처벌과 함께 외자 유치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권력실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심복인 김철진 전 무역성 국장이 외자 유치를 위해 만들어진 평건투자개발그룹 회장에 임명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특히 북한은 경제난이 심각해짐에 따라 단기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놓기 위해 '북한판 뉴타운' 공사에 힘을 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2008년 평양 살림집 10만호 건설을 위해 평양시내 만경대구역과 력포구역 등 3~4개 지역에 군 인력을 동원,공사를 시작했다. 건립되는 살림집(4~5명 가족 기준으로 방 3칸 이상 설계)은 평균 18~25층의 고층아파트로 알려졌다. 사업 초창기 중국 단둥 소재 수도건설총회사 정수길 대표가 전면에 나서 10만호 건설을 지휘했으나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평양으로 소환됐다.

이후 장성택 부장은 인척인 홍순철 평양건설총회사 총부사장을 내세워 외자 유치의 끈을 다시 한번 조였다. 당시 단둥을 방문했던 남측 기업인은 홍 부사장이 직접 명함을 건네주는 등 외국 투자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외교섭에 적극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마저 실패하면서 장 부장은 올초 외자유치 전문 기관인 평건투자개발그룹을 세우고 무역성 관료출신이자 경제통인 김철진 전 국장을 회장 자리에 앉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철 남북포럼 대표는 "평양 10만호 건설 계획 발표 이후 지난 1년6개월간 수도건설총회사와 평양건설총회사가 거둔 성과는 매우 미미했다"며 "북한 당국은 원활한 평양수도 건설을 위해 올해 도시경영 예산을 전년 대비 11.5% 증액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 각 도마다 '건설지휘부'라는 기관을 설치,10만호 건설 사업과 관련한 천연 자원을 채취,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건그룹은 현재 한국팀,아시아팀,유럽팀,북미팀 등 4개 부서로 나눠 지역별 외자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국팀의 경우 일본과 동남아 등지를 통해 한국기업 정보에 능통한 무역성,재정성 간부들 2~3명으로 구성됐으며,수시로 한국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투자 의향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평건그룹은 국내 유명 대기업 3곳과 중견 건설사 2곳 등 관계자들과 만나 투자와 관련해 특혜조건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안다"며 "몇 곳은 대규모 광권 사업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