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틱’ ‘쿠키’ ‘프라다’ ‘모토로이’...소비자에게 친숙한 이 휴대폰들의 이름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각각의 휴대폰에는 알파벳과 숫자로 이루어진 고유한 모델명이 있지만 실제로 소비자에게 자주 불려지는 것은 위와 같은 팻네임, 즉 애칭이다.

업계에 따르면 모든 휴대폰에 팻네임을 붙이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전략적으로 띄우려는 신제품이거나, 기능 또는 디자인 면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때 마케팅 부서의 논의를 거쳐 팻네임을 짓는다.

소비자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팻네임 중 하나는 삼성전자의 풀터치폰인 ‘햅틱’ 시리즈다. 애니콜 마케팅 부서에서 네이밍 과정을 거쳐 탄생한 ‘햅틱’은 원래 ‘촉각’을 의미하는 첨단 기술용어로 의료과학이나 로봇공학 등 일부 첨단 분야에서만 사용되던 단어지만 삼성전자는 이 이름을 과감하게 팻네임으로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만져라, 반응하리라’는 슬로건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 ‘햅틱폰’이 가진 이미지를 어필했다. 이로써 2008년 3월 햅틱1 출시 이후 햅틱2, 햅틱팝, 햅틱아몰레드 등 시리즈는 300만대가 넘는 누적 판매율을 기록해 삼성전자 풀터치폰의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햅틱’ 시리즈 가운데 특히 ‘김연아폰’은 팻네임을 ‘연아의 햅틱’으로 정하고 피겨퀸 김연아 선수를 활용한 마케팅을 통해 출시 7개월만에 100만대 판매라는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 이상이 팔린 LG전자의 메가히트폰 '초콜릿폰'은 감성을 부각시킨 팻네임으로 소비자에게 톡톡히 각인된 케이스다. 2005년 출시 당시 기능을 중요시한 팻네임과 디자인을 강조한 팻네임을 놓고 격렬한 토의를 거친 끝에 달콤하고 매혹적인 초콜릿의 이미지를 담은 '초콜릿폰'으로 결정됐다고. 이것이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이후 LG전자 휴대폰 애칭 마케팅의 시발점이 됐다.

초콜릿폰에 이어 또 다른 음식 애칭을 붙인 ‘쿠키폰’ 역시 쉽고 친근한 팻네임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풀터치폰의 대중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기획한 제품인 만큼 모든 연령층이 쉽게 접할 수 있고 좋아한다는 의미를 담은 ‘쿠키’라는 팻네임을 붙였다는 것이 LG측의 설명. 쿠키폰은 2008년 10월 출시 이후 1천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LG전자 풀터치폰 가운데 대표적인 히트상품이 됐다.

지난해 선보인 ‘롤리팝’은 마케팅 타깃인 1723세대들이 휴대폰을 구매할 때 디자인을 가장 중요시하는 것을 고려해 디자인적 요소를 강조한 팻네임을 붙였다. 막대사탕을 의미하는 ‘롤리팝’이 동그란 키패드 부분과 흡사하기도 하고, 톡톡 튀는 신세대의 감성을 대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폰의 시작을 알린 모토로라의 ‘모토로이’ 역시 소비자들의 주목을 끈 팻네임이다.

모토로라코리아에 따르면 ‘모토로이’는 자연스럽게 안드로이드를 떠오르게 하는 이름이면서 동시에 로이(Roi)라는 단어는 ‘왕’이라는 의미로 스마트폰의 최강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더불어 로이는 영국권에서는 친근한 남자의 이름 중 하나이기도 해 최고의 기술을 탑재한 첨단 스마트폰을 소비자에게 보다 쉽고 친근하게 선보이려는 모토로라의 의지를 보여준다.

팬택은 올 초 출시한 첫 모델의 팻네임을 즉흥 연주밴드라는 의미의 ‘잼밴드’라고 붙였다. ‘스카이 뮤지션’의 네 가지 악기를 내 맘대로 연주해 나만의 벨소리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고, 즉흥연주도 가능한 재미있는 기능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앞서 출시한 3세대 풀터치폰 섹시 백(Sexy Back)폰의 경우 20대 초 중반의 여성들을 공략해 얇고 가볍게 디자인됐다. 또 전화를 받을 때 휴대폰의 뒷모습이 주로 노출된다는 점에서 착안해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뒷면 디자인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팻네임 또한 디자인 특징을 잘 드러낸 ‘섹시 백’으로 정했다.

그런가하면 명품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유명 패션 회사와 손잡고 이들 브랜드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의 ‘아르마니폰’ LG전자의 ‘프라다폰’ 팬택의 ‘듀퐁폰’ 등이 대표적이다.

제조사가 마케팅의 일환으로 팻네임을 붙이는 것 외에도 소비자들이 직접 애칭을 붙여 부르기도 한다.
주로 해당제품을 광고하는 스타의 이름을 딴 팻네임이 많은데, ‘전지현폰’ ‘김태희 철봉폰’ ‘고아라폰’ 등이 이와 같은 경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팻네임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면서 신제품이 출시될 때 여러 가지 팻네임 안을 놓고 논의한다”면서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얼마나 쉽게 기억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품의 특징이나 기능을 소비자에게 쉽게 각인시키기 위해 만드는 팻네임이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지어져 오히려 소비자에게 거부감을 주기도 하고, 팻네임을 위한 마케팅에 과다한 비용을 들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