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앞 유리창에 영화 동영상이 뜬다. 손가락으로 동영상을 터치하자 화면은 어느새 속도계로,속도계는 다시 내비게이션으로 바뀐다. 아무것도 없는 투명 유리창이 그대로 휴대폰 화면 같은 첨단 디스플레이창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달리는 차 앞 유리 밖으로는 거리 풍경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일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투명디스플레이의 핵심기술인 투명 TFT제조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기 때문이다.

24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이 연구원 소속 융합부품 · 소재연구팀은 투명 산화물 소재를 활용해 유리창 같은 투명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는 '투명박막트랜지스터(투명TFT) 기술을 개발,민간기업에 대한 기술이전에 나섰다.

투명디스플레이는 평소에는 투명하거나 반투명의 얇은 막 형태로 존재하다가 전기적 자극을 받으면 일반 디스플레이처럼 똑같이 화면을 구현해내는 첨단 반도체 소재 기술이다. 투명한 발광체인 OLED(유기LED)막에 이 TFT를 얇게 붙이고 투명회로도와 투명전극을 결합시키면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디스플레이가 만들어진다. ETRI는 아연과 인듐,규석,갈륨 등을 산소와 결합시키는 산화기술과 반도체 증착기술 등을 통합 적용해 기존 제품보다 투명도(투과도)를 두 배가량 높인 투명TT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황치선 ETRI 융합부품 · 소재연구부문 연구원은 "기존 투명TFT기술은 투과율이 30%에 불과해 투명TFT라고 하기엔 완성도가 떨어졌다"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이 투과율을 60%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한층 진보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투명TFT는 안정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구동상태를 유지하는 게 가장 큰 관건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디스플레이가 여러 차례 작동한 이후에도 투명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며 "이번에는 이 같은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라는 것이 연구원 측 설명이다.

연구원은 자동차 유리창용 디스플레이 같은 완전투명형 디스플레이 구현은 3~4년가량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형성될 수 있는 세계시장은 약 200억달러 규모.연구원 관계자는 "투명TFT는 자동차용 스마트 디스플레이, 쇼윈도, 개인이동통신 단말기,양방향 투명모니터 등 응용범위가 무궁무진한 만큼 조기투자가 필요하다"며 "국내 업체들의 디스플레이시장 점유율 등을 고려하면 얼마 가지 않아 세계시장의 약 40%를 국산 투명디스플레이로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