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어제 불합리한 규제로 피해를 본 사람이 이의를 제기하면 기존 법령과 상관없이 심사를 통해 구제하기 위한 이른바 '규제형평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규제일몰제, 한시적 규제유예제 등 갖가지 규제개혁 방안들을 내놨지만 개인이나 기업의 체감도 측면에서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 정부 들어 네 차례에 걸친 기업환경개선 대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자평을 내놓은 바 있다.

우리는 규제형평제도가 개별 사례에 대한 맞춤형 규제개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고 싶다. 사실 그동안 정부 규제개혁은 개인이나 기업이 처한 상황이 저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정부의 숱한 규제개혁에도 불구하고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는 조사결과가 자꾸 나오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특정 개인과 기업의 특별한 사정에 비춰 규제의 획일적(劃一的) 적용이 명백하고 중대한 피해를 일으키는 경우, 규제 적용의 예외를 허용하는 규제형평제도의 도입은 환영할 만하다.

문제는 이 제도를 소관 행정기관에만 맡겨선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부정부패의 소지도 있을 수 있고, 그렇다고 감사원 등 사정당국이 규제피해 구제 사례를 일일이 따지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규제형평위원회를 신설해 피해 구제신청을 위원회에 직접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그런 배경에서일 것이다. 이와 함께 규제를 받는 사람이 직접 규제형평성 심의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소관 행정기관이 위원회 결정을 따르도록 한 것도 이 제도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는 부분이다.

규제형평제도의 대상이 행정규제기본법상의 시행령 이하 규제들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부처의 반발도 예상되지만, 제대로 운영된다면 규제개혁의 사각지대를 상당부분 없앨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새로운 제도의 성패는 사실상 규제형평위원회에 달린 만큼 위원회의 독립성, 전문성, 투명성 확보에 정부는 특히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