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감사보고서 제출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거래소·코스닥 기업들이 줄줄이 퇴출 위기를 맞은 가운데, 기사회생으로 상장폐지 위기를 모면한 기업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상폐 사유 해소 후에도 기업 가치를 따져 신중하게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자본금 전액 잠식을 해소해 22일 거래를 재개한 한신DNP는 23일 상한가에 마감하며 이틀째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한신DNP는 전액자본잠식 이슈로 지난 8일부터 매매거래정지가 되는 등 퇴출이 우려됐던 기업. 하지만 감자 이후 미국 석탄업체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유증 및 BW(신주인수권부사채) 전환으로 18일에는 자본금 100% 잠식을 해소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거래소는 19일 한신DNP에 대해 "재무구조개선 행위가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지 여부를 검토한 결과,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인정됐다"며 22일부터 거래를 재개했다.

김민규 한신DNP 대표이사는 "수익성이 좋은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키스톤측과 4개월이 넘는 협상을 벌인 끝에 극적으로 국내투자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며 "앞으로 한신DNP를 통한 사업제휴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했다.

상장폐지 실질심사위원회에서 상폐기준에 해당한다고 결정된 지오엠씨도 지난 11일 5개월간의 상장유예 기간을 부여받음으로써 한숨 돌리게 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이 제출한 개선계획이 실현 가능성이 높고, 이행될 경우 상장유지가 가능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개선기간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지오멘토, 아이디엔, 테스텍 등의 기업들이 개선기간 종료 후 상장유지 결정을 받았기 때문에 지오엠씨가 상폐를 모면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하지만 어렵사리 상폐를 피한다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마음 놓기는 힘들어 보인다. 기사회생한 기업들의 주가 흐름이 좋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오멘토는 거래재개 첫날부터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23일에는 510원에 마감해 12일 시초가 대비 반토막이 났다. 아이디엔도 재상장 2개월여만에 70% 가까이 급락했다.

한 증시 전문가는 "상폐 위기를 겪은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재무구조나 사업구조가 부실한 기업일 수 있다"며 "상폐 모면 이후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등할 수는 있겠지만 투자는 성과나 기업의 행보가 가시화된 다음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