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성선설을 가진 CEO는 자신이 세운 비전과 계획을 직원들이 언젠가는 잘 알아 듣고 열심히 일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성악설을 가진 사장은 직원들을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이면 결국 성과를 올릴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착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장과 아직 높은 자리에 오를 날이 먼 직원들의 정신 상태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통계를 보라.2007년 국제종합사회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이 갖고 있는 일의 흥미도는 100점 만점에 56.5점에 불과하다. 스위스(83.4) 미국(77)과 비교하기도 부끄러운 수치다. 일에 대한 만족도 역시 62.6점밖에 안된다. 스위스와 미국은 각각 78.6, 75점이다. 우리 직장인들에게 일은 여전히 생계유지를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니 자기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리가 없다.

일을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으로 생각하는 한 생산성이 올라갈 방법이 없다. 우리 직장인들은 연간 2316시간(2007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을 하면서도 시간당 생산량은 20.4달러(2006년)로 미국의 41%,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75%에 불과한 세계 꼴찌 수준이다.

굳이 국제 비교를 할 필요도 없다. 현장 경영자들은 "신세대 직장인들이 나타나면서 근로의욕은 더욱 떨어지고 기존 직장인들의 보신주의도 늘어 일하는 풍토를 만들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인의식을 심어 주는 수밖에 없다. 일본의 석문학파는 17세기에 '제업즉수행(諸業則修行)' 즉 '모든 일이 도 닦는 일'이라는 명제를 꾸준히 전파해 근로문화를 정착시켰다. CEO인 당신만이 가질 수 있는 일의 철학이 지금 절실히 필요하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