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79 · 사진)은 "국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대형 은행의 문제와 소비자 보호 정책을 올해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집중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제 금융거래 때마다 과세하는 일종의 '토빈세' 도입도 세계 금융시장과 각국의 재정 안정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로스 회장은 작년 10월 유럽중부대학에서 한 강연을 책으로 엮은 '소로스 강연' 한국어판('조지 소로스 특강-이기는 패러다임') 출간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금융시장 붕괴를 막는 규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 간 공조가 절실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특히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실효성 있는 조치가 나오려면 미국과 중국이 상호 협력해야 한다"며 "최근 양국 간 대치 국면은 G20에서 새로운 금융질서를 논의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또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구속력 있는 합의가 이뤄지면 신 국제금융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개혁을 통해 또 다른 위기를 막을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소로스 회장은 "시장은 완벽하지 않을 뿐 아니라 스스로 항상 균형을 찾아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늘 거품이 발생하게 마련"이라며 "감독 당국이 시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적절한 시점에 경고음을 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장이 불완전하다고 해서 시장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며 "시장에서 이뤄지는 경쟁은 여전히 필요하고 유용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최근 들어 시장경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믿음이 흔들린 것은 은행들이 8% 정도이던 신용카드 수수료를 20~30%까지 올리면서 월가 금융사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 정부가 이를 방치하면서 정치적 불만이 작용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월가 거액 보너스 지급 관행을 두고는 "정부로부터 보이지 않는 선물을 받은 덕에 큰 수익을 올린 월가 금융사의 거액 보너스 지급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CEPR) 소장도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금융 거래세를 도입함으로써 금융사 규모를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국이 선물 · 옵션 등 다양한 파생상품에 과세하면 국내총생산(GDP)의 1%가량을 세금으로 거둬 재정난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