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안정세를 보였던 원자재 값은 니켈이 1년 만에 2배 넘게 치솟은 것을 비롯 철광석 아연 구리 알루미늄 등 주요 광물과 펄프가격까지 무차별적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달 배럴당 70달러대로 떨어졌던 국제유가(WTI 기준)도 최근 다시 상승, 80달러를 넘어섰다.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폭등(暴騰)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면서 수요가 늘고 있는데다,중국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이 사재기에 나서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 달러 약세의 영향으로 국제투자 자금이 원자재로 몰리는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펄프의 경우 주요 공급국이던 칠레의 지진에 따른 생산량 급감으로 가격이 1년 전보다 60% 넘게 뛰었지만 그나마 구하기조차 어려워 극심한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제품 원가를 밀어 올려 인플레 압력을 높일 뿐 아니라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경기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은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원자재 해외의존도가 90%를 넘는 경우에는 가격 상승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물가상승세가 지속되면 불가피하게 금리를 올려야 하고 그렇게 될 경우 경기의 안정적 회복을 결코 장담하기 어렵다. 자칫 경기침체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인식, 평균 비축량을 늘리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가격이 뛴 뒤에야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는 '사후약방문'식 처방에서 이제는 탈피해야 한다. 원자재 가격 사이클 등을 감안, 미리 장기적인 수급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중국와 일본이 경쟁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등에서의 자원개발과 경제원조를 연계한 원자재 확보에 우리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동시에 국내 산업의 원가에서 원자재 비중을 대폭 낮추는 기술개발도 꾸준히 추진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