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70일 앞으로 다가왔다.

민선 단체장들은 그동안 주민의 손과 발이 돼 고향발전에 기여했고 올해 20년째를 맞는 지방의원들은 지역민의를 대변하는 동시에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중앙정치 줄서기,선심성 전시행정, 차별화된 지역발전 아젠다 부재, 공천비리 등 지방자치제의 부작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국경제신문은 23일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 서울대 교수)과 공동으로 '6 · 2 지방자치선거,어떻게 치를 것인가'란 주제로 특별좌담회를 열고 당면과제들을 짚어봤다. 좌담회에는 황성돈 한국외대 행정학과 교수,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이승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조영기 고려대 교수,신도철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김헌민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장현주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이용환 재단 사무총장이 사회를 맡았다.

▲사회자=고비용 저효율의 늪에 빠진 정치풍토를 바꾸기 위해선 선거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아닌가 싶다. 포퓰리즘을 떨치고 생활지방자치로 가기 위한 유권자의 선택이 절실하다.

▲황성돈 교수=이번 선거는 지방의 선진화,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의 선진화 여부를 결정짓는 중차대한 의미를 지닌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의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기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15년 정도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15년 후에는 절대총인구가 감소 추세로 돌아선다. 이 15년의 기간 내에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 모두 선진화 과제에 매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방의 선진화 과제를 가장 잘 기획하고 중지를 모아 효과적으로 추진해낼 수 있는 실력있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

▲장현주 교수=지방자치제가 20년이 됐는데 여전히 중앙당정치에 예속돼 있다. 중앙정치가 선거 이슈를 좌우한다. 지방선거에 지방이 안 보인다.

▲김용호 교수=지방선거가 반복적으로 중앙정치의 볼모가 되고 있다. 정권 심판론 등이 지방자치선거를 좌지우지해선 안 된다. 특정 지역 일당 지배구조와 '공천은 당선'이라는 인식 때문에 선거 때마다 공천 대가성 금품수수행위가 일어나는 것도 문제다. 지방정당을 법적 · 제도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

▲황 교수=정당과 출신지역 · 출신학교를 보고 뽑고,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 감정으로 표를 던져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과거 선거와 마찬가지로 지방 발전과는 상관 없는 선심성 공약이 판을 칠 것이다. 이번 선거는 구태의연한 쌈판을 삶의 장으로 바꾸는 정치적 판가름이 돼야 한다.

▲신도철 교수=후보자의 지역계획 수립 여부만 보지 말고 그 내용을 충실히 검증할 수 있는 선거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중앙에서 획일적으로 규제를 만들면 지역적 특성에 안 맞는 경우가 많다. 후보들은 '내가 중앙에 얼마나 선이 닿아있다'는 것만 강조해선 안 된다. 지방에서 자체적인 권한이양을 요구해야 한다.

▲김헌민 교수=지역적 특성 없이 어디나 비슷한 건설사업 위주의 공약이 넘쳐난다. 컨벤션센터 · 국제비즈니스센터 등 각종 지원센터 건립이나 신도시 건설, 재개발 사업 등 하나같이 하드웨어 위주다. 지방의 재정자립도가 낮다보니 중앙에서 무엇을 더 얻어오겠다는 공약도 적지 않다. 누구나 다 하는 것을 공약이라고 내놓으니 결과는 나눠먹기식이다. 후보들은 주민들의 경쟁력, 일자리 창출 등이 진정한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조영기 교수=논란이 있는 공약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학생들의 무상급식 문제를 보자. 과연 무상인가, 누가 주는 것인가. 무상급식이 아니라 지방정부 급식이라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컨센서스가 형성돼야 한다. 세금으로 먹는 급식이니 세금급식이다.

▲임승빈 교수=자치단체장이라는 자리가 중앙정치 무대에 진출하는 징검다리로 전락해선 안 된다. 정치의 독점으로 인해 지방행정의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치단체의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비전을 가진 인물을 가려내야 한다.

▲김 교수=특정 정당이나 지역연고 위주의 선택에서 사람 위주의 선거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내 재산 가치를 올려주겠다고 공약하는 후보보다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지역의 번성을 실현해줄 후보를 뽑아야 한다.

▲하연섭 교수='당선되고 이렇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부패방지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가 많이 나와야 한다.

이준혁/박신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