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들어 '규제의 대못'을 뽑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민간의 규제개혁 체감지수는 여전히 싸늘하다. 대한상의의 규제개혁 만족도 조사 등에 따르면 전체적인 규제개혁 만족도는 38.9%에 불과하고 규제개혁 성과 만족도는 25%,후속 조치는 24% 등에 머물고 있다.

이유는 뭘까.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23일 청와대에서 제20차 회의를 열고 "현장에서 국민이나 기업의 고충을 신속히 처리하는 시스템이 부재한 탓"이라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현행 규제개혁은 '애로 발굴→개선안 마련→부처 간 협의→법령 개정→애로 해소'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짧게는 3~6개월,길게는 수년씩 걸린다. 여러 부처가 걸려 있는 사안은 부처 간 이견으로 행정 처리가 지연되고 해당 공무원이 재량껏 규제를 풀어주려고 해도 쉽지 않다.

실제로 시멘트업체 A사는 공장 증축 후 시설자동화로 근무인력이 감소해 주차장 수요가 감소했다. 그럼에도 현행 주차장법 시행령에 따라 공장 증축에 비례해 주차시설을 더 늘려야 하는 불합리가 발생했다. 해당 지자체에선 특혜 시비 등을 우려해 현행 법령을 그대로 적용했다.

강만수 국경위원장은 "특혜 시비 등 불필요한 오해와 감사 지적을 우려해 공무원들이 소극적으로 일처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진국에선 공무원의 선량한 재량권 행사가 자유롭지만 우리나라는 부정부패 척결이나 행정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해 공무원 재량권을 최소화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유연하고 탄력적인 규제 행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건 당연하다.

국경위가 이날 규제형평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이 제도는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획일적인 적용으로 중대한 피해를 일으키는 경우 예외를 허용해 신속하게 구제해주도록 하는 제도다. 맞춤형 규제 완화를 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 중 '규제형평위원회(가칭)'를 설치키로 했다. 피해 구제 신청은 당자자가 규제형평위에 직접 하거나 해당 행정기관을 통해 할 수 있다. 소관 행정기관 및 이해관계자들이 위원회의 규제 피해 심사 과정에서 직접 심리에 참여할 수 있다. 일종의 '규제 심사 법원'인 셈이다. 정부는 오는 3분기 중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홍영식/장진모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