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의 면제 한도에 대한 기준이 없다. 시간 기준으로 할지,인원 기준으로 할지 모르는 상태다.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근로시간 면제제도가 잘 이행되기 위해선 실제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복수노조가 허용되지만 무노조 기업에서 신생 노조의 조직화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또 복수노조하에선 노노 간 갈등이 예상되지만 노노 간 서비스 경쟁이라는 좋은 점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박사)

23일'복수노조 및 전임자 급여에 관한 개정노동법의 평가와 향후 노사관계 전망'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노동 전문가들은 새 노동법 시행에 따른 혼란 최소화를 주문했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 외에 노동운동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 노사관계가 안정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란 희망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노사관계학회,한국노동경제학회,한국노동법학회가 공동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했다.

◆타임오프제 명확한 기준 설정해야

단체교섭이 장기화돼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할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전임자의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시간 기준으로 정할 것인지,인원 기준으로 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얘기가 없어 법 시행 과정에서 많은 혼란이 나타날 것이라고 토론자들은 밝혔다.

이 같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이인재 교수는 "노조의 유급근로시간 활용에 대한 사전통지 의무 등의 절차 규정을 신설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실제 사용시간을 다툼의 여지없이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방안도 세워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교수는 "근로시간 면제 사유에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관리업무'를 담은 것은 노사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기존과 같은 포괄적 급여지급제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조성재 박사는 타임오프제 시행에 다소 긍정적인 전망을 내렸다. 기존 전임자 수가 과다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근로시간면제위원회에서 제시할 전임자 수 가이드라인은 현재보다 적은 수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조 박사는 "타임오프 상한선을 정해도 노사 갈등의 가능성은 크기 때문에 노조의 현장 권력이 강한 사업장에서 비공식적,음성적인 전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개정노동법이 당사자의 자치를 제한하는 과잉입법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성재 교수(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개정노동법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정하면서 인원 수를 함께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 규정은 노조법의 위임을 벗어난 무효 규정"이라고 주장했다.

◆복수노조로 노사관계 판도 변화

내년 7월부터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지금까지의 노사관계 판도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 교수는 "복수노조 도입을 계기로 대규모 단위 노조 사업장에서 리더십 교체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복수노조 도입으로 직종별 노조의 설립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도나 지하철에서 승무원 또는 정비사 노조가 설립되는 등 직종별 경계가 분명한 곳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하지만 작업조건이나 기타 근로조건 등이 현저하게 다를 경우에는 별도의 교섭이 필요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직종별 노조 설립이 교섭창구의 혼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박사는 "기존 노조의 직종별,사업장별 분할 등에 비해 무노조 기업에서 신생 노조의 조직화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사용자가 근로시간 면제제도 등을 엄격히 적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내년 7월 이후 소수 노조가 등장하게 되면 다수 노조 전임자에 대한 과도한 활동 보장이 소수 노조의 차별로 이어져 부당 노동행위 여부 등을 둘러싼 노노 간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 박사는 "하지만 노조 간 실리 확보를 위해 서비스 경쟁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