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점 3주년을 맞은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옛 죽전점)이 '베드타운 · 복합몰형 백화점'이란 새로운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세계 경기점은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문을 연 이후 연평균 20%가량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개점 첫해 매출 2418억원에서 2008년엔 3772억원으로 껑충 뛰었으며,작년엔 4423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올 1~2월에도 78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 늘었다.

경기권 최대 백화점인 AK플라자(옛 삼성플라자) 분당점의 매출과 비교하더라도 3년 전엔 AK플라자의 절반 수준이었지만,올 들어선 85% 선으로 높아졌다. AK분당점에선 온라인몰 AK몰의 백화점부문 매출이 7~8%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격차는 더욱 줄어든다.

신세계 경기점이 이처럼 호조를 보이는 것은 상권 특성에 맞춰 야간 영업 등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인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2007년 3월 문을 연 지 한 달 만에 매장 영업시간을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로 변경했다.

오전 10시30분에 문을 열어 오후 8시에 닫는 여느 백화점 영업시간의 불문율을 깨뜨린 파격적인 시도였다. 점포 주변이 대부분 거주지역인 데다 30~40대 맞벌이부부가 많아 야간활동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지금도 오후 10시까지 영업하는 백화점은 경기점이 유일하다. 초대 경기점장으로 1년여간 근무한 박건현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고객 설문조사 결과 70% 이상이 오후 10시까지 연장 영업을 희망했다"며 "당시로선 업계 관행에서 벗어난 모험이었지만 영업시간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추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오후 8~10시의 매출 구성비는 2008년 15%에서 지난해 18%로 높아졌다"며 "퇴근시간 이후 가족단위 쇼핑이 정착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경기점이 이마트 죽전점과 멀티플렉스 영화관(CGV),식당가 등과 함께 복합쇼핑몰을 이루고 있는 것도 영업시간 연장이 효력을 발휘한 배경으로 꼽힌다. 밤늦게 장을 보거나 영화관람,식사를 즐기는 야간 몰링족을 매장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경기점은 특히 인근 대학교가 많은 점을 겨냥해 대학생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멤버십 카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조태현 경기점장은 "야간 쇼핑을 즐기는 젊은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1만50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며 "2012년 매출 6000억원을 달성해 '경기 1번점'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