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23일 내놓은 '자동차보험 경영정상화 종합대책'의 특징은 보험료 산정 체계를 개선,투명성을 높이고 정보 공개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속도나 신호 위반 때 무조건 보험료를 할증하고 가해자 불명 사고로 보험금을 자주 청구한 경우 보험료를 더 내도록 한 것도 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도덕적 해이를 막자는 취지에서다. 대신 보험료 변동내역을 낱낱이 공개하고 보험료의 실시간 비교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소비자 편의는 높였다.

◆보험료 할증기준은 강화

금감원은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가해자 불명사고를 자주 일으키는 계약자의 보험료 할증기준을 강화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무인단속카메라에 신호 및 속도위반으로 단속되더라도 범칙금을 내지 않고 과태료만 낸 경우 할증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재 손보사들은 과거 1년간 속도위반과 신호위반,중앙선 침범이 2~3건 적발된 운전자에게 자동차보험료를 5%, 4건 이상이면 10% 할증하고 있다. 1회 위반은 할증하지 않는다.

또 가해자 불명사고가 2건 이상 발생해도 지금은 횟수에 관계없이 동일한 할증률을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발생 횟수에 따라 사고점수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보험료 할증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자차사고를 가해자 불명사고로 위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보험료 비교는 쉬워져

금감원은 가입자가 실제 보험료를 직접 산출할 수 있도록 손보협회가 운영하는 보험료 조회시스템을 개선하도록 했다. 현행 조회 시스템은 보험료 산출에 필요한 15개 정보 중 차종,가입정보,운전자범위 등 6개 정보만 입력가능해 실질적인 가격비교가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협회에 올해 말까지 실시간으로 납입보험료 산출이 가능한 비교조회 공시 사이트를 구축,운영토록 했다. 또 보험사가 보험료 조정 세부내역을 미리 알려주는 '수시 공시제도'를 도입,보험료 인상에 관한 상세 정보도 사전에 공개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또 정비수가 절감을 위해 정비공장에서 비순정부품을 사용할 경우 순정품과의 가격차이 가운데 일정 부분을 정비업체에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그린(green) 수가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미국의 경우 중고 재활용 부품을 사용할 경우 보험회사가 정비공장에 부품가격의 20~25%를 인센티브로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비 · 의료수가 부당청구시 처벌 강화

보험사의 손익을 악화시키는 정비 및 의료수가 부당청구에 대한 감시와 처벌은 대폭 강화된다. 우수 상생협력 병 · 의원을 '녹색 병원(Green Hospital)'으로 지정,전국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불법 정비업체에 대한 신고 포상금 제도를 도입하도록 국토해양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수가가 건강보험 수가보다 최대 15% 높게 책정돼 과잉진료와 장기입원을 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교통사고 입원환자 관리의무를 위반한 병 · 의원은 행정기관에 통보하도록 지도하고, 보험사기로 형사처벌이 확정된 정비업체에 대해 등록 취소 등 적극적인 처분을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최근 자동차 손해율이 급등하면서 손보사의 경영이 크게 악화되고 있어 이 같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작년 말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4.5%,사업비율은 32.1%로 합산비율이 106.6%에 달했다. 손보사들이 보험금 1000원을 받아 보험료로 745원을 지급하고 모집비용 등 사업비로 321원을 쓴 셈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