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와 공동개발 착수
지난 2월12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지구환경 관련 세미나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사 창업자인 빌 게이츠 회장(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세계적인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자이자 갑부인 게이츠 회장의 요즘 관심은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에너지 개발에 쏠려 있다. 2년 전 MS의 비상근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빈곤 해결과 함께 지구환경은 그의 최대 관심사다.
그런 게이츠 회장이 마침내 핵연료 교환 없이 100년간 연속 운전이 가능한 '꿈의 원자로' 개발에 본격 나섰다. 일본의 원전 건설업체인 도시바는 게이츠 회장과 손잡고 'TWR'로 불리는 차세대 원자로 공동 개발에 착수한다고 23일 발표했다.
게이츠 회장이 사재를 투자한 원자력 벤처회사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신형 원자로 TWR에 도시바의 기술을 접목시키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원전인 경수로는 수년에 한 번씩 핵연료를 교환해야 하지만 TWR는 그럴 필요가 없다. 또 원자로 내에서 연료가 서서히 연소하면서 핵분열 반응 속도를 조정하기 때문에 제어봉이 필요 없어 안전성도 높다. 게이츠 회장은 이를 위해 작년 11월 극비리에 요코하마에 있는 도시바 원자력연구시설 등을 시찰하고 돌아갔다.
TWR가 실용화되면 게이츠 회장의 소원인 현재의 절반 비용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원을 얻게 되는 셈이다. TWR는 테라파워가 기본 설계를 하고 있고,게이츠 회장은 실용화에 수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테라파워는 출력 10만㎾에서 현재 원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100만㎾급까지 TWR 원자로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바는 이와 별개로 연료 교환 없이 30년간 운전할 수 있는 1만㎾급 초소형 원자로 개발을 완료해 올 가을 미국 규제당국에 인증을 신청할 계획이다.
도시바는 자신들이 개발한 초소형 원자로와 TWR가 기술적 공통점이 많기 때문에 테라파워와 힘을 합치면 TWR 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100년간의 핵반응에 견딜 수 있는 원자로 재료를 개발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어 TWR 실용화에는 앞으로 10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세계 에너지 수요는 신흥국의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급증해 2030년에는 석유 환산으로 168억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 에너지 수요의 1.4배에 달하는 것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