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 특별 인터뷰] "월스트리트는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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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으로 주주·채권투자자·경영진 모두 살아남아 '보너스 파티'
시장은 규칙이 필요…안정유지 위해 최소한의 감독시스템 만들어야
시장은 규칙이 필요…안정유지 위해 최소한의 감독시스템 만들어야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79)은 여전히 싸움꾼이었다. 공격적인 투자 성향만큼이나 지적 모험심도 커보였다. 그래서 주류 경제학에 반기를 들고 나섰을까. 최근 출간한 저서 '소로스 강연(Soros Lecture)'을 통해 "기존 경제학으로는 또 다른 위기(금융위기)를 막을 수 없다"며 새로운 경제철학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모습부터가 인상적이다.
'소로스 강연'은 작년 10월 닷새에 걸쳐 헝가리 중부유럽대학에서 강연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이 책은 곧 한국에서 '소로스 특강-이기는 패러다임'(도서출판 북돋움)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나올 예정이다.
'소로스 강연' 한국어판 출간에 앞서 소로스 회장을 만났다. 그는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글로벌 금융규제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 18일 뉴욕 맨해튼 7번가 소로스펀드 빌딩 33층 그의 사무실에서 1시간 동안 이뤄졌다.
▼'시장 근본주의'가 잘못되고 위험한 주장이라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자유시장은 경쟁을 유도해 경제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제도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경쟁은 여전히 필요하고 유용하다. 시장이 불완전하고 안정되지 않았다 해서 시장 자체의 유용성을 부인하는 것은 잘못이다. 안정 유지가 공공정책의 목적이 돼야 한다. 그렇다고 통제 경제(regulated economy)로 돌아가자는 얘기는 아니다. 감독기관은 시장보다 더 불완전하다. 감독기관에는 관료주의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기관은 항상 뒷북(behind the curve)을 치게 마련이다. "
소로스 회장은 투자에서 그랬듯,지적 탐구에서도 모험을 즐기는 듯했다. 옳다고 믿는 것을 알리는 데 그가 과감히 투자하는 이유인 것 같았다.
▼현대 국가가 직면한 산적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이는 손'이 작동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뒤에는 항상 정부의 보이는 손이 있었다. 시장은 규칙(rule)이 있어야 제대로 작동한다. 그 규칙을 시장에서 스스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정부가 합리적인 룰을 만들어야 한다. "
▼공공의 선과 개인의 경제적 이익이 상충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시장 참여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고 하고,이를 입법 과정에 반영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의 원칙은,법을 만들 때는 공동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개인의 이익에 반하는 법이라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이를 존중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질수록 우리 사회는 더 좋은 법을 갖게 된다. 모든 국가가 자국의 이익만을 좇으면 국제 시스템은 붕괴한다. "
▼금융위기로 많은 미국인들이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그러면서도 대다수는 '큰 정부'에도 반감을 보이고 있다. 왜 이런 혼란이 빚어졌나.
"민주당은 텃밭인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완패했다. 은행들이 8%이던 신용카드 수수료를 30%까지 올리면서 월가 금융회사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이를 방치한 데 대한 정치적 불만이 생긴 것이다. 정부 구제금융을 받은 월가 금융회사들은 엄청난 수익을 거둬 임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했다. 그런 분노가 매사추세츠 선거에서 분출된 것이다. 사람들은 위기를 촉발한 게 바람직한 금융시스템 부재 때문이라고 간주하기보다는 정부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
▼금융위기 뒤 월가가 많이 변했다고 보는가.
"충분하지 않다.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상황에 처하면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구제금융이 잘못된 방식으로 이뤄졌다. 구제금융은 부실화한 자본을 대체할 새 자본을 시장에 투입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그런데 오바마 정부는 자본 대체를 통해 은행 주인을 바꾸는 게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여겼다. 그러면 월가 주요 은행들이 국유화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구제금융은 금융사 주주와 채권 보유자는 물론 기존 경영진을 보호하는 쪽으로 이뤄졌다. "
▼'볼커 룰'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지하지만 충분하다고 보지 않는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문제는 상업은행뿐 아니라 투자은행에도 적용해야 한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다. 문제는 지주회사다. 지주회사에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동시에 갖도록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JP모건체이스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함께 갖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자기자본 거래는 투자은행을 통해 이뤄진다. 예금자 돈을 전혀 손대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자본시장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간접적인 정부 보증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경우에는 자기자본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
▼줄곧 국제 금융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글로벌 금융거래가 있을 때마다 세금을 부과하는 일종의 '토빈세' 도입도 유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나.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감독 수단만으로 볼 필요는 없다. 정부의 재정관리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 세계 각국이 겪었듯이,금융위기가 발생하면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금융거래시 일정 수수료를 부과함으로써 재정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토빈세는 유용한 방법이다. "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는 어떤 문제들이 논의돼야 하나.
"대마불사 문제,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토빈세 도입 등 다양한 안건을 모두 협의해야 한다. 세계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들이 나와야 한다. "
▼최근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빚고 있다. 두 나라 관계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최근 움직임을 보면 양국의 관계 악화는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G20에서 세계 금융감독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시점인 만큼 양국 간 협력관계는 더욱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이렇다 할 세계 금융감독 시스템을 갖지 못했다. 탈규제(deregulation)가 진행돼온 탓에 금융시장이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규제를 없애기는 쉽다. 자본은 세금도 부과하지 않고 감독도 하지 않는 곳을 찾아가게 마련이다. G20은 이런 논의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대표성 측면에서 보면 'G20'에서 합의하면 전 세계에 다 영향을 미칠 수 있다.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실효성있는 조치가 나오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중국은 서로 협력해야 한다. "
▼글로벌 불균형 문제가 금융위기의 원인이라는 분석인데,가까운 시일 내 해소될 가능성이 있나.
"전혀 그렇지 않다. 국가 간 불균형 문제를 풀려면 적자를 보는 국가는 지출을 줄이고 흑자국은 소비를 늘려야 한다. 전 세계에 충분한 자금이 공급되지 않으면 세계 경제는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 대표적인 흑자국으로 중국과 독일을 꼽을 수 있다. 양국은 시간이 흐를수록 재정 적자국에 돈을 대주길 꺼리고 있다. 그렇다고 지출을 늘리는 것도 아니다. 최근 들어 중국이 이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불충분하다. 중국은 무역흑자를 위해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환율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
▼그렇다면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가 자유롭게 교환될 수 있는 국제적인 화폐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물론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신뢰성은 조금씩 떨어질 것이다. 중국이 최근 들어 달러 자산을 줄이는 대신 상품(자원)을 생산하는 기업을 사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그리스 위기 때문에 유로존 국가의 미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나의 유럽'이라는 이상은 설 땅을 잃었는가.
"유럽은 전 세계의 축소판이나 마찬가지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대표적인 흑자국이다. 그리스,스페인 등 상당수 국가들은 적자국이다. 적자국들에 적자를 줄이도록 압력을 넣기만 하면 유럽 전체를 스태그네이션(장기 침체)에 몰아넣게 된다. 유럽의 경기 회복이 다른 지역에 비해 지지부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중국이 막대한 흑자를 거두고 미국이 적자를 보는 것과 같은 현상이 유럽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환율을 정부가 정하고 있지만,유로화는 법으로 단일 환율을 회원국들에 적용하는 것만 차이날 뿐이다. "
▼유로화 가치 하락에 베팅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잘못 기사를 쓴 것이다. 투자 방향과 관련한 발언을 결코 하지 않는다. " 이 대목에서 소로스 회장은 1유로와 1달러가 교환 비율이 같아진다는 보도부터 떠올린 듯 미묘한 표정 변화가 엿보였다.
▼한국을 방문한 경험도 있고 투자한 적도 있다. 한국의 투자환경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 경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만 투자 결정을 하는 데 세부적으로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와 관련한 언급은 할 수 없다. " 소로스 회장은 투자와 관련한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
'소로스 강연'은 작년 10월 닷새에 걸쳐 헝가리 중부유럽대학에서 강연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이 책은 곧 한국에서 '소로스 특강-이기는 패러다임'(도서출판 북돋움)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나올 예정이다.
'소로스 강연' 한국어판 출간에 앞서 소로스 회장을 만났다. 그는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글로벌 금융규제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 18일 뉴욕 맨해튼 7번가 소로스펀드 빌딩 33층 그의 사무실에서 1시간 동안 이뤄졌다.
▼'시장 근본주의'가 잘못되고 위험한 주장이라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자유시장은 경쟁을 유도해 경제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제도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경쟁은 여전히 필요하고 유용하다. 시장이 불완전하고 안정되지 않았다 해서 시장 자체의 유용성을 부인하는 것은 잘못이다. 안정 유지가 공공정책의 목적이 돼야 한다. 그렇다고 통제 경제(regulated economy)로 돌아가자는 얘기는 아니다. 감독기관은 시장보다 더 불완전하다. 감독기관에는 관료주의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기관은 항상 뒷북(behind the curve)을 치게 마련이다. "
소로스 회장은 투자에서 그랬듯,지적 탐구에서도 모험을 즐기는 듯했다. 옳다고 믿는 것을 알리는 데 그가 과감히 투자하는 이유인 것 같았다.
▼현대 국가가 직면한 산적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이는 손'이 작동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뒤에는 항상 정부의 보이는 손이 있었다. 시장은 규칙(rule)이 있어야 제대로 작동한다. 그 규칙을 시장에서 스스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정부가 합리적인 룰을 만들어야 한다. "
▼공공의 선과 개인의 경제적 이익이 상충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시장 참여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고 하고,이를 입법 과정에 반영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의 원칙은,법을 만들 때는 공동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개인의 이익에 반하는 법이라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이를 존중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질수록 우리 사회는 더 좋은 법을 갖게 된다. 모든 국가가 자국의 이익만을 좇으면 국제 시스템은 붕괴한다. "
▼금융위기로 많은 미국인들이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그러면서도 대다수는 '큰 정부'에도 반감을 보이고 있다. 왜 이런 혼란이 빚어졌나.
"민주당은 텃밭인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완패했다. 은행들이 8%이던 신용카드 수수료를 30%까지 올리면서 월가 금융회사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이를 방치한 데 대한 정치적 불만이 생긴 것이다. 정부 구제금융을 받은 월가 금융회사들은 엄청난 수익을 거둬 임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했다. 그런 분노가 매사추세츠 선거에서 분출된 것이다. 사람들은 위기를 촉발한 게 바람직한 금융시스템 부재 때문이라고 간주하기보다는 정부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
▼금융위기 뒤 월가가 많이 변했다고 보는가.
"충분하지 않다.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상황에 처하면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구제금융이 잘못된 방식으로 이뤄졌다. 구제금융은 부실화한 자본을 대체할 새 자본을 시장에 투입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그런데 오바마 정부는 자본 대체를 통해 은행 주인을 바꾸는 게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여겼다. 그러면 월가 주요 은행들이 국유화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구제금융은 금융사 주주와 채권 보유자는 물론 기존 경영진을 보호하는 쪽으로 이뤄졌다. "
▼'볼커 룰'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지하지만 충분하다고 보지 않는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문제는 상업은행뿐 아니라 투자은행에도 적용해야 한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다. 문제는 지주회사다. 지주회사에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동시에 갖도록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JP모건체이스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함께 갖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자기자본 거래는 투자은행을 통해 이뤄진다. 예금자 돈을 전혀 손대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자본시장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간접적인 정부 보증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경우에는 자기자본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
▼줄곧 국제 금융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글로벌 금융거래가 있을 때마다 세금을 부과하는 일종의 '토빈세' 도입도 유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나.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감독 수단만으로 볼 필요는 없다. 정부의 재정관리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 세계 각국이 겪었듯이,금융위기가 발생하면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금융거래시 일정 수수료를 부과함으로써 재정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토빈세는 유용한 방법이다. "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는 어떤 문제들이 논의돼야 하나.
"대마불사 문제,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토빈세 도입 등 다양한 안건을 모두 협의해야 한다. 세계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들이 나와야 한다. "
▼최근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빚고 있다. 두 나라 관계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최근 움직임을 보면 양국의 관계 악화는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G20에서 세계 금융감독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시점인 만큼 양국 간 협력관계는 더욱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이렇다 할 세계 금융감독 시스템을 갖지 못했다. 탈규제(deregulation)가 진행돼온 탓에 금융시장이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규제를 없애기는 쉽다. 자본은 세금도 부과하지 않고 감독도 하지 않는 곳을 찾아가게 마련이다. G20은 이런 논의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대표성 측면에서 보면 'G20'에서 합의하면 전 세계에 다 영향을 미칠 수 있다.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실효성있는 조치가 나오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중국은 서로 협력해야 한다. "
▼글로벌 불균형 문제가 금융위기의 원인이라는 분석인데,가까운 시일 내 해소될 가능성이 있나.
"전혀 그렇지 않다. 국가 간 불균형 문제를 풀려면 적자를 보는 국가는 지출을 줄이고 흑자국은 소비를 늘려야 한다. 전 세계에 충분한 자금이 공급되지 않으면 세계 경제는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 대표적인 흑자국으로 중국과 독일을 꼽을 수 있다. 양국은 시간이 흐를수록 재정 적자국에 돈을 대주길 꺼리고 있다. 그렇다고 지출을 늘리는 것도 아니다. 최근 들어 중국이 이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불충분하다. 중국은 무역흑자를 위해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환율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
▼그렇다면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가 자유롭게 교환될 수 있는 국제적인 화폐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물론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신뢰성은 조금씩 떨어질 것이다. 중국이 최근 들어 달러 자산을 줄이는 대신 상품(자원)을 생산하는 기업을 사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그리스 위기 때문에 유로존 국가의 미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나의 유럽'이라는 이상은 설 땅을 잃었는가.
"유럽은 전 세계의 축소판이나 마찬가지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대표적인 흑자국이다. 그리스,스페인 등 상당수 국가들은 적자국이다. 적자국들에 적자를 줄이도록 압력을 넣기만 하면 유럽 전체를 스태그네이션(장기 침체)에 몰아넣게 된다. 유럽의 경기 회복이 다른 지역에 비해 지지부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중국이 막대한 흑자를 거두고 미국이 적자를 보는 것과 같은 현상이 유럽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환율을 정부가 정하고 있지만,유로화는 법으로 단일 환율을 회원국들에 적용하는 것만 차이날 뿐이다. "
▼유로화 가치 하락에 베팅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잘못 기사를 쓴 것이다. 투자 방향과 관련한 발언을 결코 하지 않는다. " 이 대목에서 소로스 회장은 1유로와 1달러가 교환 비율이 같아진다는 보도부터 떠올린 듯 미묘한 표정 변화가 엿보였다.
▼한국을 방문한 경험도 있고 투자한 적도 있다. 한국의 투자환경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 경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만 투자 결정을 하는 데 세부적으로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와 관련한 언급은 할 수 없다. " 소로스 회장은 투자와 관련한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