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시는 2008년부터 내연 엔진을 탑재한 오토바이의 등록을 금지하고 있다. 오로지 전기 오토바이만 달릴 수 있도록 했다. 폐차 직전의 오토바이들이 내뿜는 매연을 방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관광 도시 마카오도 같은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전기 오토바이에 한 대당 150만~170만원의 보조금을 주기로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전기 오토바이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전기 자동차에 비해 기술 진척도가 빨라 전문가들은 전기 오토바이의 양산 시대가 먼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대형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S&T모터스는 23일 SB리모티브와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시장 확대에 나섰다.

◆글로벌 시장 팽창 눈앞

S&T모터스는 작년 10월 지식경제부가 주도한 고출력 50cc급 전기 이륜차 개발 과제의 주관사로 선정되면서 SB리모티브와 인연을 맺었다. 7개사가 컨소시엄을 이뤄 공동 연구 개발을 진행했다.

SB리모티브는 삼성SDI와 독일 보쉬가 합작한 배터리 업체다. 오승호 S&T모터스 기술연구소장(이사)은 "올 5월과 6월 350만원짜리 50cc급 2종을 출시하고 하반기에 125cc급과 수출용 250cc급 대형 전기 오토바이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림자동차도 EIG라는 중소 배터리 업체와 손잡고 전기 오토바이 생산을 준비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외 전기 오토바이 시장의 팽창과 직결돼 있다. 김성윤 S&T모터스 연구원은 "중국에는 약 500만대의 전기 오토바이가 운행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전기 오토바이 시장에 새로 뛰어든 레오모터스의 이정용 사장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도 큰 시장"이라며 "저가 시장에선 중국 업체와 경쟁하기 어렵지만 대용량 오토바이 시장에선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전기 오토바이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저가형 중국산이다. 중국산은 평지용으로 만들어 출력이 약한 탓에 오르막길에 취약하다. 서울시가 지난해 음식점 배달용 오토바이를 전기 오토바이로 바꾸는 시범사업의 하나로 중국산 100여대를 들여왔다가 창고에서 썩히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전기차보다 만들기 쉬워

기술적인 측면에서 전기 오토바이는 전기차에 비해 현실적이어서,양산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 오 소장은 "자동차가 최소한 20㎾의 모터에 300V 전압의 배터리를 사용해야 한다면 오토바이 모터는 10분의 1,배터리는 5분의 1 수준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단거리 이동 수단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오토바이 이용자들의 하루 평균 주행 거리는 20~30㎞ 정도인데, S&T의 1.5㎾(50cc급) 전기 오토바이는 1회 충전에 100㎞를 갈 수 있다.

보조금 문제도 쉽사리 해결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이미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데다 보조금 규모도 150만~170만원 선으로 자동차보다 훨씬 적어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부담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S&T의 1.5㎾(50cc급) 오토바이 가격이 350만원 선이므로 150~17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경우 동일 성능의 50cc 오토바이(170만원대)와 가격차가 사라진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