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4897 vs 16만3238.'

기아자동차의 지난해와 올해 1월 자동차 판매 대수를 비교한 숫자다. 1년 만에 판매대수가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쏘렌토R,K7 등 최근 발표한 신차들이 잇따라 히트상품 반열에 오르면서 생긴 결과다. 업계에서는 23일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R, 5월 출시 예정인 중형 세단 K5 등이 가세하면 기아차의 성장세가 한층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태봉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곰이 동굴에서 마늘을 먹다가 사람이 됐다는 게 기아차에 대한 시장의 평가"라며 "중장기 성장 잠재력 면에서도 우수한 종목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기아차의 부활


기아차의 요즘 상황은 '이보다 좋을 수 없다'는 말로 요약된다. 내수 부문에서는 드라마 '아이리스'로 유명해진 신차 'K7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K7의 누적판매량은 1만4016대에 달한다. 1월과 2월 판매량은 각각 5000대 안팎이었다. "잘해야 월 3000대"라는 업계의 예측을 뛰어넘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2월에는 현대차의 동급 차량인 그랜저의 판매대수를 넘어서는 기록을 냈다.

지난해 5월 내놓은 쏘렌토R도 국내외 시장에서 4만6992대가 팔려 나갔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생산을 시작한 미국 조지아 공장은 램프업(가동률을 높이는 과정)을 건너 뛸 만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당초 기아차는 쏘렌토R의 주력 생산기지인 조지아 공장의 월 생산량을 연말까지 8000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쏘렌토R의 판매 호조로 계획을 급히 수정했다. 이 공장의 월 생산량은 이미 월 1만대를 넘어섰다.

◆외국인들 '러브콜'

주식 시장에서의 위상도 달라졌다. 지난해 말 2만50원이었던 주가는 23일 종가 기준 2만4450원까지 올랐다. 특히 외국인들이 기아차를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3월 들어 외국인이 기아차를 내다 판 날은 12일 하루뿐이었다.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보유 비중은 지난해 말 21.61%에서 이날 25.16%로 상승했다. 16일부터는 기관투자가들도 기아차 매수에 나서 '쌍끌이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고태봉 애널리스트는 "경기침체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악화된 최악의 상황에서 높은 성과를 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자동차 경기가 본격적으로 되살아나면 기아차 판매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 경영의 결실

한때 '현대차 2중대'로 불렸던 기아차는 어떻게 부활할 수 있었을까. 업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기아차 사장을 맡았던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디자인 경영'의 결실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쏘울,포르테,쏘렌토R,K7 등 최근 출시된 히트 차량들의 공통점이 차별화된 디자인이라는 설명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2000년부터 시작된 품질경영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고 디자인 경영의 정신이 반영된 제품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수 SK증권 연구위원은 "기획과 R&D(연구 · 개발) 등의 과정을 거쳐 신차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대 6년가량"이라며 "과거에 뿌려뒀던 씨앗이 지난해부터 움트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익성 더 개선될 것

업계는 모닝,포르테,쏘울 등 중 · 소형차에만 집중했던 기아차가 쏘렌토R,스포티지R,K7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1600만원대였던 대당 판매단가가 2000만원 이상으로 높아지면 그만큼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아차는 내년 하반기 무렵 에쿠스급 신차를 출시,전차종 풀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6~7년간 내놓은 신차가 1세대 모델이었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현대차의 쏘나타나 그랜저처럼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세대 변경 모델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경우 기존에 축적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금 여력 면에서도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이다. 미국 조지아 공장을 끝으로 대규모 시설투자가 마무리돼 예산을 신차 개발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손명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대차와 플랫폼을 통합하면서 품질에 대한 우려가 대부분 사라졌다"며 "기존의 강점인 디지인을 잘 활용할 경우 시장을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형석/김동윤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