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가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 시점에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금리 인상론을 들고 나왔다. 23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2년 국정성과평가 제7차 전문가 토론회'에서다. 최근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의 차기 한국은행 총재 내정을 계기로 금리 인상이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나온 주장이어서 주목된다.

◆금리 인상 초미 관심사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이날 "국내 경기가 정상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선제적인 금리 인상을 통해 차후 부작용을 없애야 한다"며 "KDI는 예전에도 금리 인상 필요성을 계속 강조했고 이 같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금리 인상이 과도하게 지연될 경우 물가 불안 및 자산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의 초저금리를 급격한 충격 없이 정상화시키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점진적인 정상화를 도모하는 차원에서 경기 회복 국면에서 확장적인 정책기조가 장기간 유지될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과 이에 따른 경기 불안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경제위기 당시 썼던 정책을 정상화해야 하며,금리 외에 현재 대부분의 경제위기책을 거둬들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위기 이후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금리 인상 용인으로 해석되자 윤 국장은 "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재정건전성 우려도

토론회에서는 또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와 서비스업 선진화 등에 대한 주문들도 쏟아졌다. 박형수 한국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장은 "향후 재정정책은 경기에 적절히 대응하는 동시에 건전성도 강화해야 되겠지만 당분간은 건전성에 좀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역시 "정부 보유 자산의 매각과 국채 발행 규모 축소,공적자금 회수 노력 등으로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동호 재정부 재정정책국장은 "지난해 결산을 마치면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비율은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것보다도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지난해 재정수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적자,국가채무 비율은 35.6%로 봤는데 성장률이 높아지면서 전반적으로 이런 예상보다 낮아질 전망이라는 것.

서비스업 선진화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차문중 KD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경제가 1% 성장할 때 창출되는 일자리 수는 2000년 약 10만2000개에서 2005년 약 7만5000개로 감소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제조업에서의 일자리 창출 효과 감소가 두드러져 2007년 기준으로 10억원의 투자가 이뤄질 때 서비스업에서는 12.6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반면 제조업에서는 6.6개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항용 한양대 경제금융대 교수도 "그리스 등 해외 경제 충격의 파급은 주로 수출 부진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내수 특히 서비스업의 성장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경쟁력 강화 우선순위 둬야

김원규 산업연구원(KIET) 산업경제연구실장은 "경제위기 이후 회복 과정에서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산업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저탄소 · 고부가가치형으로의 산업구조 고도화 △산업의 혁신 역량 강화와 성장동력 확충 △기업가정신 및 산업의 역동성 제고 △산업의 글로벌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지금부터라도 여러 정부 부처가 함께 조급증을 버리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산업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황인학 전경련 상무는 "지금은 부실 징후가 있어야 구조조정이 시작되는데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평상시에도 각종 지원으로 구조조정을 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조 연설을 한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 시행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서비스업의 선진화가 대외 균형 유지,고용 창출,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핵심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