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자동차 공장과 다르지 않았다. 굳이 다르다면 깨끗하고 분위기가 편안해 보인다는 정도였다.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찾아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의 특징은 없어 보였다.

독일 뮌헨 도심에서 9번 아우토반을 타고 15분여간 달려서 도착한 BMW 뮌헨공장.1972년 올림픽이 열렸던 올림픽공원이 바로 옆이었다. BMW의 모든 것을 모아 놓은 최신식 건물인 'BMW 벨트(영어로 세계라는 의미)'와 4기통 엔진 모양의 BMW 본사 뒤에 위치해 있어 겉으로만 보면 80년이 넘었나 싶었다.

안으로 들어가 2시간여의 투어를 끝내니 희미하게나마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비결은 품질 관리와 숙련 근로자를 기반으로 한 맞춤 생산이었다.

◆자동화 공장에 근로자가 많은 이유

새로 단장한 듯한 투어 루트를 통해 도착한 첫 공장은 프레스공장.자동설비들이 쉴새없이 차체를 찍어낸다. BMW 한 대를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크고 작은 차체 부품은 400여개.자동화율은 100%다. 기계가 코일 모양의 강철을 잘라낸다. 100% 자동화 공장 치고는 사람이 제법 보인다. "뭐 하는 사람들이냐"고 물으니 "품질 관리자들"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런 사람만 600명이란다.

프레스공장을 지나니 차체조립 라인이 나온다. 금속판 부품들이 서로 조립돼 차체를 완성하는 곳이다. 주체도 역시 로봇이다. 650개의 로봇들이 교대로 용접하고 부품을 이어 붙인다. 97%가 로봇에 의해 이뤄진다. 로봇들이 하는 작업은 밀리미터 단위까지 계산된다. 하나의 차체를 완성하려면 5000군데의 용접이 필요하다. 로봇의 용접 과정은 광학렌즈를 통해 자동 체크된다. 차체를 조립하는 단계부터 한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셈이다.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은 1000여명.정밀작업을 해야 하다 보니 다른 공장보다 많은 인원이 투입돼 있다고 한다.

색을 칠하는 도장 라인의 주역도 역시 로봇이었다. 표면 세척을 시작으로 사전 코팅 등 6가지 과정을 거쳐 비로소 도색이 완료된다. 로봇이 페인트를 분사해도 옆에는 흔적도 남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조립 라인 주인공은 사람이었다.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어지는 차체에 근로자들은 능숙하게 부품을 끼워 맞춘다. 벨트를 타고 완성돼 가는 자동차 앞 본네트에는 미국,캐나다 등의 나라 이름이 붙어 있다. 그 자동차를 주문한 손님이 사는 나라다. 사전에 고객들의 맞춤 주문을 받아 만들다 보니 그렇다는 설명이다.

◆200여 가지 근로시간제가 가져온 것

오후 3시.기계가 일제히 멈춰선다. 근로자들이 일어선다. 교대시간이다. 이 공장은 2교대로 가동한다. 오전 6시에 시작한 작업조는 오후 3시에 퇴근한다. 중간에 세 번,총 1시간의 휴식시간을 갖는다. 두 번째 조는 오후 3시부터 12시까지 일한다. 새벽엔 가동을 멈춘다. 근로자는 모두 9000명여이다. 이들은 연간 20만대의 차를 만들어낸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만드는 차 중 똑같은 차를 찾아 보기가 좀처럼 힘들다는 점.전체의 98%가 주문을 통해 생산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임의적으로 만드는 차는 2%에 불과하다는 것.이곳에서 생산하는 차는 BMW 3시리즈.그러나 같은 차가 별로 없다. 내외부 색상,편의사양 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난다. 연간 생산하는 20만대 중 완전히 같은 차는 단 2대에 불과하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 '뻥튀기'만으로 들리지 않았다.

미세하지만 서로 다른 차를 만들려면 숙련 근로자가 필수적이다. 자세히 보니 머리가 희끗한 근로자들이 많다. 주문서에 맞는 부품을 제때 끼워 넣으려면 숙련 근로자가 필요하고,그러다 보니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근무한다고 한다.

근무시간도 탄력적이다. 자신의 사정에 맞춰 휴가와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모두 200여 가지의 근로 스케줄을 운영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작업시간 관리도 독특하다. 한 주의 법정근로시간인 35시간을 초과할 경우 잔업수당 대신 근로시간을 '시간 관리 계좌'에 적립한다. 일감이 없을 때 적립한 시간을 빼 사용한다.

◆최첨단 통풍시험장의 역할

뮌헨공장에서 30여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에어로다이내믹테스트센터.공기 저항을 감안해 최적의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통풍시험장이다.

시험장에 들어서니 한 쪽 날개가 8m에 달하는 거대한 팬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생산한 바람은 윈드터널을 거쳐 자동차에 도달한다. 풍속은 시속 300㎞를 금방 넘는다. 바람에 관한 모든 실험은 이곳에서 완료된다.

BMW가 연료 소모를 줄이고 성능을 강화하는 '이피션트 다이내믹스(Efficient Dynamics)'를 구현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가 이 테스트센터다. 품질 우선,숙련 근로자,최첨단 시설.세계 최고의 프리미엄 차를 만들어내는 BMW의 '평범한 비결'이었다.

뮌헨(독일)=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