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우리나라에 라면을 처음 선보인 전중윤 삼양식품 회장(91)이 23일 명예회장으로 추대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1961년 삼양식품을 창업,당시 절대빈곤 퇴치에 앞장서며 국내 식품산업을 이끌어온 지 50년 만이다. 전 명예회장의 장남인 전인장 부회장(47)이 회장으로 취임해 삼양식품 최고 사령탑을 맡았다. 본격적인 2세 경영 체제가 시작됐다.

삼양식품은 이날 서울 하월곡동 본사에서 임직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업주 전중윤 회장의 명예회장 추대 및 전인장 신임 회장 취임식을 가졌다.

그동안 두 부자(父子) 경영인의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돼온 이 회사는 전 신임 회장과 지난주 정기주총 및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새로 선임된 이선호 부사장의 공동대표 시스템을 갖추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전 명예회장은 42세이던 1961년 삼양식품을 설립,2년 뒤인 1963년 국내 처음으로 라면 생산에 나섰다. 먹을거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1960년대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라면이 든 박스를 선물로 전달했고,이를 맛본 박 전 대통령은 당장 라면 수출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는 뒷얘기는 지금도 유명하다.

전 명예회장은 1970년대 초 강원도 고지대인 대관령에 1980만㎡(약 600만평)의 초지를 조성,대관령목장을 개척하고 라면스프용 쇠고기와 우유 유제품 등도 생산했다. 전 명예회장은 1980년대 말 '우지사건'으로 인해 위기를 맞기도 했다. 결국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아 명예회복을 했으며,1990년대 말 닥쳐온 외환위기도 무난히 돌파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전 명예회장은 건강에 전혀 이상이 없으며 최근 3~4년 사이 경영이 안정궤도를 찾으면서 경영권 이양을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전 명예회장은 앞으로 독서와 집필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신임 전 회장은 이미 20년 가까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회사를 도맡아 왔다. 1990년대 초 영업담당 임원으로 삼양식품 경영에 참여한 뒤 경영관리실과 기획조정실 사장 등을 거쳤으며,2005년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전 회장은 그동안 부친인 전 명예회장을 도와 외환위기 등을 무난히 넘기는 등 경영능력을 검증받았다. 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이 경영혁신은 물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등 기업 대내외적으로 괄목할 만한 변화를 일궈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전 회장은 이날 창업 이래 지켜온 정직과 신용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계승하고 '재창조'와 '새로운 활력'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는 특히 "올해 신사업 진출과 신제품 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적극적인 영업활동과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