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강화된 외부감사로 코스닥 상장사들의 퇴출이 줄을 잇는 가운데 상장폐지를 앞둔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더 늘리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헐값에 지분을 사들인 뒤 회사가 정상화되면 다시 매각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경영진의 횡령으로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앞둔 아리진의 경영권을 이 회사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역임한 오승석씨가 최근 확보했다.

오씨는 회삿돈 144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박상백 전 대표의 주식 179만3372주와 그 특수관계인 조성환씨의 주식 126만7057주 등 총 306만429주(지분율 6.09%)를 약 10억원에 양수하는 계약을 지난 19일 체결했다.

오씨는 계약 당일 2억5000만원을 계약금으로 납부하고, 잔금은 아리진이 실질심사를 통과하면 주기로 했다. 최대한 회사를 살리도록 노력한 뒤 안 되면 계약금만 포기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오씨는 "오는 30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누가봐도 객관적이고 신뢰성이 있는 인사를 경영진으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횡령으로 얼룩진 전 경영진과는 확실하게 차별화 하겠다는 얘기다. 오씨 본인은 대표로 취임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회사가 자생능력이 없기 때문에 최근 3년 간 충실하게 사업을 해 온 기업과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미 비상장사 몇 곳과 접촉했다"고 했다.

미국 바이오 업체 트라이머리스 인수건도 계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아리진은 두 차례에 걸쳐 트라이머리스에 대한 공개매수를 시도했으나, 자금을 조달하지 못 해 공개매수에 실패한 바 있다.

오씨는 "계약금 1200만달러가 이미 지불됐고, 트라이머리스 주주들도 지분 매각을 원하고 있어 자금만 마련되면 다시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에는 개인투자자 최 모씨가 상장폐지를 위해 정리매매 중이던 비전하이테크의 지분 9.2%를 취득하기도 했다. 최씨는 소액주주들과 힘을 합쳐 횡령 혐의가 있는 기존 경영진과 대주주를 몰아내고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