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오바마의 '수출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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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은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구글의 중국 철수를 놓고 모든 책임을 중국에 돌리는 것 역시 타당한 비판은 아닌 듯 싶다. 구글이 과연 중국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구글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상대의 잘못으로만 돌리는 사고라면 그 역시 오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미국과 중국 간 위안화 설전도 같은 양상이다. 위안화 문제가 미국 무역적자와 전혀 상관없다는 중국이나, 모든 게 중국의 위안화 때문인 양 몰고 가는 미국이나 정직성과는 거리가 멀다. 글로벌 불균형에 관한 한 공범관계에 있다고 해야 할 두 나라가 자신은 범인이 아니며 상대방이 진짜 범인이라고 우기는 촌극과 진배없다.
어쨌든 우리로서는 강 건너 불구경할 처지가 아니다. 당장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5년 내 수출목표 두 배 증가를 내걸고, 수출진흥각료회의까지 열겠다고 하는 판이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방식이지만 미국의 수출 목표치가 던지는 의미는 결코 예사롭지 않다. 그간 미국은 물론 소비에 크게 의존해 왔고 무역수지 적자도 심각하지만, 지금도 엄청난 수출대국이다. 2003년에 독일이 미국을 제치기 전까지는 수출 1위 국가였고, 지난해 중국이 독일을 앞서면서 순위가 3위로 내려앉았을 뿐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상품수출은 1조달러를 넘었고 서비스수출은 5000억달러를 웃돌았다. 1조5000억달러 수출국인 미국이 5년 내 이를 배가한다는 것은 세계 무역시장에서 독일이나 중국 같은 수출국이 하나 더 출현한다는 얘기다. 세계무역이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파이 규모가 뻔한 시장에서 미국이 목표 달성을 서두를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더 고약한 것은 '수출=일자리'란 오바마의 공식이다. 오바마는 미 제조업의 1조달러 수출이 일자리 5개 중 1개를 만들어 냈고, 서비스수출로 280만개 일자리가 유지되고 있으며, 농업에서 10억달러를 수출하면 6000개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미국에 무역적자를 안기는 나라에 이 같은 공식을 대입하면 누가 얼마나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어가고 있고, 반대로 미국이 얼마를 더 수출하면 미국인에 일자리가 더 돌아갈 수 있는지 그대로 드러난다. 이 정도면 '수출 포퓰리즘'이라고 할 만하다.
이런 미국에 다른 국가들은 떨떠름한 표정이다. 당장 중국은 위안화 절상압박에 반발하고 있다. 일본은 벌써부터 엔고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압력이 커질 것을 걱정하는 눈치다. 유럽에서는 돈키호테식 수출목표라며 중상주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는 냉소적 반응도 나온다.
미국이 다자간(多者間) 무역체제를 존중하면서 자국 경쟁력을 강화해 수출을 늘리겠다고 하면 아무도 뭐라고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일방적 통상정책으로 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나오면 무역 긴장감은 그만큼 고조될 것이고, 보호주의도 더욱 팽배할 것은 자명한 이치다.
우리도 바짝 긴장해야 한다. 오바마가 수출증대를 강조하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그가 아직도 한 · 미 FTA(자유무역협정)에 관한 포인트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에게는 얼핏 반가운 얘기로 들리지만 한국 시장을 공격할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뜻이다. 한 · 미 FTA 협상을 할 때의 미국과 지금의 미국은 너무 다르다.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미국과 중국 간 위안화 설전도 같은 양상이다. 위안화 문제가 미국 무역적자와 전혀 상관없다는 중국이나, 모든 게 중국의 위안화 때문인 양 몰고 가는 미국이나 정직성과는 거리가 멀다. 글로벌 불균형에 관한 한 공범관계에 있다고 해야 할 두 나라가 자신은 범인이 아니며 상대방이 진짜 범인이라고 우기는 촌극과 진배없다.
어쨌든 우리로서는 강 건너 불구경할 처지가 아니다. 당장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5년 내 수출목표 두 배 증가를 내걸고, 수출진흥각료회의까지 열겠다고 하는 판이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방식이지만 미국의 수출 목표치가 던지는 의미는 결코 예사롭지 않다. 그간 미국은 물론 소비에 크게 의존해 왔고 무역수지 적자도 심각하지만, 지금도 엄청난 수출대국이다. 2003년에 독일이 미국을 제치기 전까지는 수출 1위 국가였고, 지난해 중국이 독일을 앞서면서 순위가 3위로 내려앉았을 뿐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상품수출은 1조달러를 넘었고 서비스수출은 5000억달러를 웃돌았다. 1조5000억달러 수출국인 미국이 5년 내 이를 배가한다는 것은 세계 무역시장에서 독일이나 중국 같은 수출국이 하나 더 출현한다는 얘기다. 세계무역이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파이 규모가 뻔한 시장에서 미국이 목표 달성을 서두를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더 고약한 것은 '수출=일자리'란 오바마의 공식이다. 오바마는 미 제조업의 1조달러 수출이 일자리 5개 중 1개를 만들어 냈고, 서비스수출로 280만개 일자리가 유지되고 있으며, 농업에서 10억달러를 수출하면 6000개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미국에 무역적자를 안기는 나라에 이 같은 공식을 대입하면 누가 얼마나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어가고 있고, 반대로 미국이 얼마를 더 수출하면 미국인에 일자리가 더 돌아갈 수 있는지 그대로 드러난다. 이 정도면 '수출 포퓰리즘'이라고 할 만하다.
이런 미국에 다른 국가들은 떨떠름한 표정이다. 당장 중국은 위안화 절상압박에 반발하고 있다. 일본은 벌써부터 엔고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압력이 커질 것을 걱정하는 눈치다. 유럽에서는 돈키호테식 수출목표라며 중상주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는 냉소적 반응도 나온다.
미국이 다자간(多者間) 무역체제를 존중하면서 자국 경쟁력을 강화해 수출을 늘리겠다고 하면 아무도 뭐라고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일방적 통상정책으로 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나오면 무역 긴장감은 그만큼 고조될 것이고, 보호주의도 더욱 팽배할 것은 자명한 이치다.
우리도 바짝 긴장해야 한다. 오바마가 수출증대를 강조하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그가 아직도 한 · 미 FTA(자유무역협정)에 관한 포인트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에게는 얼핏 반가운 얘기로 들리지만 한국 시장을 공격할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뜻이다. 한 · 미 FTA 협상을 할 때의 미국과 지금의 미국은 너무 다르다.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