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아파트 매매가 부진한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는 전세가격 상승으로 인한 세입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뉴타운과 재개발 사업에 따라 주택 공급보다 사라지는 물량이 많은 지역도 문제지만 전세보증금이 큰 폭으로 올랐을 때 인상분만큼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무주택 서민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서울지역 전셋값 상승 문제는 부실한 부동산 통계와도 관련이 있다.

전세기간 동안에 유지 · 보수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실정에서 계약을 갱신할 때 전세가격까지 오르면 새로운 갈등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현재 제도적으로는 서류상에 집주인과 세입자간 유지 · 보수의 항목별 체크리스트가 세분화돼 있지 않아 세입자가 어쩔 수 없이 수리하면서 살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집주인을 잘못 만난 탓으로 돌리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한 예로 20년 이상 된 아파트의 경우 전셋값이 물가상승 수준을 뛰어넘어 오른 경우에 집주인이 내부 수리라도 제때 해줘야 억울함이 다소 해소될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전세시장은 실수요자의 요구와 지역에 따라 가격형성이 달라진다. 전세금 비율은 서울 일부지역에서 매매가 대비 절반 수준에 육박한다. 무주택 서민과 재정이 넉넉지 못한 신혼부부들은 서울이나 도심으로의 출퇴근이 용이하면서 1억원 미만의 주택공급이 많은 수도권 지역으로 몰린다. 그러나 공급이 충분하지 않고 전셋값까지 오르게 되면 집을 구하는 일이 더더욱 어려워진다.

해결책으로 뉴타운과 도심 재개발에 따른 소형 주택비중을 높이고,보금자리주택 임대주택의 공급 비중을 40% 정도에서 7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또한 세입자의 가격상승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기간 연장과 '전 · 월세 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 · 월세 상한제는 기존 2년간의 전세금액 대비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1.5배 정도의 범위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전 · 월세의 정확한 통계치를 확보하고 관리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 신뢰성이 떨어진 데이터를 가지고 적절한 정책적인 대응논리를 찾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 · 월세와 관련된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당사자 직거래시에는 확정일자 등록원부에 추가적으로 계약금액을 기록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지자체 담당 공무원의 인력난으로 체계적인 데이터 구축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신속한 정보를 확보하려면 부동산중개업자를 통해 전 · 월세 계약이 체결될 경우 실거래가 신고와 같이 '전 · 월세 신고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런 경우 정보제공자인 중개업자의 불만을 없애면서 적극적인 협조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 적절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매매계약은 등기제도를 통해 계약이 이뤄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전 · 월세 계약은 일부 당사자 간 직거래가 이뤄질 경우 검증이 어렵다.

실거래가 지수는 '반복매매' 모형을 사용했으나 현실을 왜곡한 지수를 내놓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은행 통계치는 60일인 실거래가 신고기간의 시차 문제와 거래가 없을 때 비교가격을 입력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떨어진다. 특히 전 · 월세 가격 통계치는 지역별로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할 수 없다. 잘못된 부동산 통계는 시장의 혼란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제대로 된 매매와 전 · 월세에 대한 신뢰성 있는 통계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2006년의 전세대란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매년 반복되는 전세난에 대해 일시적 또는 국지적인 현상으로 치부할 게 아니다.

이성근 <경희대 교수·부동산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