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업을 하는 김상준 사장(50)은 한국에서도 크루즈 여행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늘 가지고 있었다. 5년 전 아내와 함께 했던 미국 캐리비안 크루즈 여행의 낭만을 부산항이나 인천항에서 다시 한번 느껴 보고 싶어서다. 지난 연말 은퇴한 최인명 부사장(55)도 기분전환용 여행으로 아내와의 크루즈 투어를 계획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부산항에 외국 크루즈선이 자주 들어온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정확한 예약 정보가 없어 차일피일하고 있었다.

김 사장과 최 부사장에게 선상파티의 낭만을 안겨줄 크루즈 투어가 부산항에 생겨 내달 2일 첫 항해에 나선다. 휘황찬란한 조명과 밤바다가 어우러지는 '떠 다니는 특급호텔 여행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이다.

부산항을 모항으로 한 크루즈 프로그램은 두 가지다. 세계 2위 미국 크루즈 선사인 로열캐리비안크루즈(RCI)와 유럽 최대 선사인 이탈리아 국적의 코스타(Costa)가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한국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상품이다.

RCI가 투입할 레전드호는 내달 2일 첫 한국 관광객을 태우고 떠나며 9월 초까지 19회 운항한다. 레전드호 여행은 부산항을 떠나 중국,일본 항구에 도착한 뒤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7박8일로 구성돼 있다. 중국 기항지는 상하이.이곳 관광을 마치면 다른 외국인 승객을 더 태우고 일본 나가사키 가고시마 후쿠오카로 항해한다.

비용은 94만9000~140만원 선.크루즈 관광 처녀지인 한국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요금을 싸게 정했다는 것이 로열캐리비안크루즈 측의 설명이다.

레전드호의 숙박시설은 최고급 호텔 수준이다. 7만t급으로 길이 265m,폭 32m에 미니골프장,아이스링크,수영장,온천,의료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900명이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카지노와 대극장,암벽등반소,조깅장,도서관,인터넷방 등이 들어서 있다. 특급호텔 시설을 거의 다 갖추고 있다. 매일 영화가 상영되고 뮤지컬 쇼가 열린다. 승무원 760명이 승객 2000명을 서비스한다. 항구에 도착한 뒤 이어지는 내륙관광은 버스투어로 이뤄진다. 중국의 경우 상하이 예원,외탄,남경로 등을 방문한다. 일본 나가사키의 '그라바엔 원폭자료관'과 가고시마의 에도시대 외국인 거주지역인 '데지마'를 거친 뒤 후쿠오카에선 학문의 신을 받드는 '다자이후 텐만'과 '후쿠오카 타워전망대'를 관람한다.

레전드호에 탑승할 국내 승객은 500여명.전체 승객정원 2000명 가운데 4분의 1이다. 나머지는 기착지인 외국 항구에서 관광객들이 탑승한다. 최근 예약했다는 이기수씨(48)는 "7박8일에 100여만원이면 비싼 편도 아니어서 타보기로 했다"면서 "여행소감을 블로그에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열캐리비안크루즈의 윤소영씨는 "주고객은 비교적 돈과 시간적 여유가 있는 50~60대 기업체 사장과 정년퇴임자들이며 예약률이 사실상 마감단계인 98%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7~8월 휴가철에는 가족여행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타사의 코스타 클래시카호는 레전드호보다 3개월 늦은 7월부터 10월까지 11차례 뱃고동을 울린다. 코스는 나가사키만 제외될 뿐 나머지는 레전드호와 같다. 여행기간은 하루가 짧은 6박7일이다. 가격은 여름 성수기여서 129만~179만원 선으로 다소 높다. 총 승객 1500명 중 부산에서 300명 이상을 태운다. 나머지는 중간 기항지에서 타는 외국인 몫이다. 시설은 레전드호와 비슷한 최고급이다.

주요 코스는 중국 상하이의 경우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예원,남경로 등.일본 후쿠오카에서는 아소활화산,쇼핑센터인 테마시티를 방문하고 가고시마에서는 심수관 도요지관광지와 치란 사무라이 마을을 구경한다.

코스타사 관계자는 "경제 수준이 높은 한국은 크루즈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는 게 내부평가"라며 "가격 대비 만족도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부산항은 올해 개항이래 최대의 외국 크루즈선 입항 특수를 맞을 전망이다. 78회에 걸쳐 15만명의 관광객이 들어와 부산 일대를 관광하며 달러를 뿌린다. 이는 지난해보다 335%나 늘어난 규모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