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봉 '비밀애' 주연 윤진서 "시동생과 치명적 사랑, 욕망 때문만은 아니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윤진서(27)의 눈동자는 물기에 젖은 듯하다. 그러나 눈물을 떨구지는 않는다. 속으로 삼키며 증발시킬 뿐이다.
데뷔작 '올드보이'(2003년)에서 남동생과 금기의 사랑으로 슬픈 운명에 놓였던 그녀의 이미지는 새 멜로 영화 '비밀애'(25일 개봉)로 고스란히 전이된다. 그녀는 특히 '올드보이'의 남동생 역 유지태를 다시 파트너로 삼아 식물인간 남편과 쌍둥이 동생 사이에서 사랑의 외줄타기를 하는 연이 역을 해냈다. 남산 자락의 한 카페에서 윤진서를 만났다.
"시나리오를 읽어보면서 극중 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굴까 궁금해졌어요. 남편 진우일까,시동생 진호일까. 연기를 해보면 둘 중 누구일지 알 것만 같았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소녀 역을 주로 맡아온 저로서는 처음으로 성숙한 여인 역을 맡은 셈이죠."
연이의 남편은 결혼 2개월 만에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다. 귀국한 시동생이 외로운 그녀에게 다가와 깊은 관계를 맺지만 남편이 깨어나면서 세 사람 간의 갈등은 수면 위로 솟구친다. 그녀가 불륜에 빠진 동기는 단순히 육욕 때문만은 아니다. 원래 운명의 남자는 남편이 아니라 시동생이라는 거짓말에 설득당한 것.불륜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여성의 심리가 섬세하게 그려지는 게 특징이다. 강도 높은 카섹스 신은 후순위다.
"어머니가 날 사랑하고,나도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은 확실한데… 나머지 대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가족이라고 다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남녀도 좋을 때는 사랑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빛이 바래잖아요. 극중 연이처럼 결혼한 뒤 시들어가는 꽃으로 변한 여자들도 많고요. 남자들이 그렇게 만들거든요. "
그녀는 이 영화의 두 남녀 감독과 작업하면서 사랑에 대한 남녀의 시각차를 뚜렷이 느꼈다고 한다. 각본을 쓰고 10회차까지 촬영한 권지연 감독과 각색하고 나머지 30회차를 촬영한 류훈 감독은 멜로 연기에 대한 접근을 달리했다. 권 감독이 리얼리티에 근거한 예술성을 추구한 반면 류 감독은 대중성을 중시했다. 솔직한 감정 연기를 원했던 윤진서는 류 감독과 때때로 충돌했다.
"저는 여심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었지만 류 감독은 영화적으로 포장하고 싶어했어요. 가령 '기다림이 인간의 숙명'이라고 적은 책을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하는 대목에서 식물인간 남편을 바라보는 저는 왕짜증을 내고 싶었죠.여성들에게는 그런 심리가 분명 있거든요. 옆자리에 앉은 닭살 커플의 행복한 모습도 질투심을 유발하고요. 그러나 류 감독은 '톤다운'을 원했지요. 여배우가 매력적인 모습을 잃어서는 안된다고요. 남자와 여자가 좋아하는 코드가 다른 셈이죠.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차츰 적응했어요. "
덕분에 대중성이 강화됐다. 유지태의 1인2역 연기도 정교하게 연출됐다.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는 모습은 더미(인형)로,형제가 대둔산 구름다리 위에서 격투하는 장면은 대역을 쓴 뒤 컴퓨터크래픽(CG)으로 얼굴 모습을 바꿨다. "유지태씨는 7년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더군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태도가 놀라웠어요. "
그녀는 오드리 햅번 하면 '로마의 휴일'을 떠올리듯,윤진서 하면 생각나는 작품 2,3편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