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구 칼럼] 위기의 중산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사회의 허리 기능 갈수록 약화
가계 빚 관리 등 긴장감 높여야
가계 빚 관리 등 긴장감 높여야
우리 사회의 허리가 갈수록 허약해지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가구와 농어가를 제외한 전체 가구에서 중산층(가처분소득 기준)이 차지하는 비중은 66.7%에 머물렀다. 전년의 66.2%보다 조금 늘었지만 상류층 중 상당수가 실직하거나 수입이 적은 일자리로 이동하며 중산층으로 내려앉은 결과여서 긍정적 의미를 두기 어렵다. 빈곤층 또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 생활수준이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인상이 완연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중산층 붕괴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인 이상 도시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산층은 1992년 75.2%를 정점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며 2008년까지 16년 동안 11.9%포인트나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상류층으로 올라선 사람보다는 빈곤층으로 추락한 사람이 더 많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고용 악화의 영향이 크다. 청년 실업이 10%에 이르고 중장년층 또한 소리없이 직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공식 실업자만도 2개월 연속 100만명을 돌파했다. 구직 포기자,단시간 근로자 등을 합할 경우 사실상 실업자가 200만명을 넘고, 재정을 동원한 공공부문 일자리까지 합하면 500만명에 육박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중산층 붕괴는 계층 간 갈등과 사회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1980년대 '1억 국민 총 중산층'이라는 말까지 나오던 일본이 장기불황 여파로 두텁던 중산층이 무너지며 사회 활력이 급격히 감소한 게 단적인 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단시일 내에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 본격 회복세로 접어드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용없는 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우리 경제의 고용 창출 능력이 눈에 띄게 하락한 점을 생각해도 그러하다.
실질소득마저 줄어들어 우려가 더욱 크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질 가계소득은 월평균 305만원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실질가계소득이 줄어든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그런데도 빚은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중압감으로 다가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전년도보다 6.6% 늘어난 734조원에 이른다. 2년 새 100조원 이상이 불어났다. 국민 1인당 빚은 1505만원,가구당 빚은 4337만원에 달한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140%를 넘는다.
물론 정부는 별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부채상환비율(DTI) 등을 통해 관리하고 있는 만큼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코 안심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부채 증가세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유독 빠르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미국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140%를 넘어선 직후 금융위기를 맞았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금리가 조만간 상승세로 돌아설 것 또한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다.
특히 대규모 미분양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는 부동산 경기가 우리 경제의 걸림돌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거액의 대출을 얻어 집을 산 사람들의 경우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에다 원리금 상환 압박까지 겹치면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게다가 '서울시 전체 가구의 31%가 평균 1억9000만원의 주택대출을 안고 있다'(서울시정개발연구원)거나 '지금의 우리나라 집값은 미국과 일본의 버블 붕괴 직전과 유사한 수준'이란 보고서(산은경제연구소)까지 나와 불안감을 한층 증폭시킨다.
그런 점에서 안정적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더이상의 중산층 몰락을 방지하는 것만큼 다급한 일이 없다. 대출 만기구조 장기화 등 가계부실 방지책을 세우는 것 또한 긴요한 과제다. 중산층 가계가 금융불안의 뇌관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
장기적으로 보면 중산층 붕괴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인 이상 도시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산층은 1992년 75.2%를 정점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며 2008년까지 16년 동안 11.9%포인트나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상류층으로 올라선 사람보다는 빈곤층으로 추락한 사람이 더 많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고용 악화의 영향이 크다. 청년 실업이 10%에 이르고 중장년층 또한 소리없이 직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공식 실업자만도 2개월 연속 100만명을 돌파했다. 구직 포기자,단시간 근로자 등을 합할 경우 사실상 실업자가 200만명을 넘고, 재정을 동원한 공공부문 일자리까지 합하면 500만명에 육박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중산층 붕괴는 계층 간 갈등과 사회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1980년대 '1억 국민 총 중산층'이라는 말까지 나오던 일본이 장기불황 여파로 두텁던 중산층이 무너지며 사회 활력이 급격히 감소한 게 단적인 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단시일 내에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 본격 회복세로 접어드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용없는 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우리 경제의 고용 창출 능력이 눈에 띄게 하락한 점을 생각해도 그러하다.
실질소득마저 줄어들어 우려가 더욱 크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질 가계소득은 월평균 305만원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실질가계소득이 줄어든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그런데도 빚은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중압감으로 다가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전년도보다 6.6% 늘어난 734조원에 이른다. 2년 새 100조원 이상이 불어났다. 국민 1인당 빚은 1505만원,가구당 빚은 4337만원에 달한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140%를 넘는다.
물론 정부는 별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부채상환비율(DTI) 등을 통해 관리하고 있는 만큼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코 안심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부채 증가세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유독 빠르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미국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140%를 넘어선 직후 금융위기를 맞았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금리가 조만간 상승세로 돌아설 것 또한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다.
특히 대규모 미분양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는 부동산 경기가 우리 경제의 걸림돌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거액의 대출을 얻어 집을 산 사람들의 경우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에다 원리금 상환 압박까지 겹치면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게다가 '서울시 전체 가구의 31%가 평균 1억9000만원의 주택대출을 안고 있다'(서울시정개발연구원)거나 '지금의 우리나라 집값은 미국과 일본의 버블 붕괴 직전과 유사한 수준'이란 보고서(산은경제연구소)까지 나와 불안감을 한층 증폭시킨다.
그런 점에서 안정적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더이상의 중산층 몰락을 방지하는 것만큼 다급한 일이 없다. 대출 만기구조 장기화 등 가계부실 방지책을 세우는 것 또한 긴요한 과제다. 중산층 가계가 금융불안의 뇌관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