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어제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삼성 특검'문제로 지난 2008년 4월 퇴진을 선언한 지 23개월 만이다. 삼성 측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글로벌 사업기회를 고려할 때 의사결정의 스피드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그의 경륜(經綸)과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했고 사장단이 여러 차례 복귀를 건의해왔다"며,이 회장이 고심 끝에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그의 경영복귀가 삼성의 새로운 혁신을 통해 글로벌 초우량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재계 또한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삼성이 세계 일류기업으로서의 위상과 핵심역량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적절하고 바람직한 일로서 나라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것이라는 반응이다. 세계 경제가 아직 본격적인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우리 경제의 앞날 또한 불투명한 상황에서,이 회장의 리더십이 한국 경제가 앞으로 먹고 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의 표시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이 회장의 일선 복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측도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삼성 측이 "최근 도요타 사태에서 계열사 사장단이 느낀 위기감이 매우 컸다"고 설명했듯,지금은 글로벌 톱 기업도 순식간에 추락할수 있고 어느 기업도 지속성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최대 기업이자 대표적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새로운 전열정비와 경영체제 구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때라는 점에서 이 회장 복귀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그렇지 않아도 이 회장 퇴진 이후 삼성 경영의 리더십 부재로 인한 위기 조짐이 보인다는 지적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되어 왔다. 삼성의 강점이었던 미래를 내다보는 오너의 선견(先見)과 전략적 집중을 위한 결단이 실종되면서 장기전략 수립 및 선행투자의 타이밍을 놓치고 추진력도 크게 둔화됐다는 안팎의 진단이 많았다. 한마디로 경영 구심점 상실이 삼성의 경쟁력을 위협하고 장래까지 불안하게 하는데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회장도 이번 복귀와 관련해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도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들도 10년 뒤면 사라질지 모른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고 앞만 보고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그가 갖는 위기의식과 경영일선 복귀 결심의 배경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삼성은 이 회장 복귀를 통해 확고한 경영 리더십을 되찾게 된 만큼,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미래를 대비한 경영체제를 구축해 새로운 도약(跳躍)의 기틀을 갖추는데 전념해주기 바란다. 나라경제 전반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 나갈 견인차로서 삼성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크고,당면한 경제회복을 위해 삼성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지대하다는 점에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