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재래시장 현대화가 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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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현대 시설화 작업이요? 바꾼 다음에 매출이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
한국경제신문과 중소기업청이 지난 23일 '창업 · 자영업 로드쇼'를 벌였던 제천시 중앙재래시장 상인의 하소연이다. 손님이 한창 붐벼야 할 오후 3시 반,한 상점에서 20여분간 지켜봤지만 물건을 사는 손님은커녕 구경하는 사람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시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입점한 이마트의 영향만은 아닌 듯했다. 같은 시간에 중앙시장 인근에 있는 내토재래시장 골목은 삼삼오오 함께 장을 보러 온 주부들과 아이들로 활기가 넘쳤기 때문이다.
제천시가 2002년부터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상가형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은 3차례 보수작업을 거쳤다. 초창기부터 투입한 자금만 6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 시장의 공동화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생활용품 대리점을 하는 한 사장은 "국세청 직원이 세금 신고내역을 보더니 어떻게 먹고 사느냐고 묻더라"며 울상을 지었다. 5년 전에 비해 매출이 30% 정도 줄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내토시장은 전형적인 재래시장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이 시장에선 한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번개 세일'과 각종 경품 이벤트 등을 통해 단골을 확보하고,1만원짜리 상품을 구입하면 이 시장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3% 할인쿠폰도 준다. 고객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가게 주인들이 이름표를 다는 명찰 실명제도 시행 중이다.
내토시장의 경쟁력은 바로 '소비자 중심' 경영이다. 재래시장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고객편의에 맞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시장을 찾은 한 주부는 "내토시장의 1차 생필품이 훨씬 다양한 데다 노점상 같은 구경거리도 많아 늘 여기서 장을 본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2002년부터 1조여원을 들여 전국 재래시장 771곳의 시설을 개선해왔다. 하지만 재래시장의 현대화 작업이 시장을 살리는 '요술 방망이'는 아니다. 오히려 재래시장 현대화 과정에서 노점상을 없애고,각 상가의 크기를 규격화한 결과 자칫 재래시장만의 강점마저 송두리째 날려버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 고작 눈비를 막아주는 '아케이드'가 능사는 아니란 사실을 이들 두 시장은 극명하게 보여준다.
심성미 생활경제부 기자 smshim@hankyugn.com
한국경제신문과 중소기업청이 지난 23일 '창업 · 자영업 로드쇼'를 벌였던 제천시 중앙재래시장 상인의 하소연이다. 손님이 한창 붐벼야 할 오후 3시 반,한 상점에서 20여분간 지켜봤지만 물건을 사는 손님은커녕 구경하는 사람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시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입점한 이마트의 영향만은 아닌 듯했다. 같은 시간에 중앙시장 인근에 있는 내토재래시장 골목은 삼삼오오 함께 장을 보러 온 주부들과 아이들로 활기가 넘쳤기 때문이다.
제천시가 2002년부터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상가형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은 3차례 보수작업을 거쳤다. 초창기부터 투입한 자금만 6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 시장의 공동화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생활용품 대리점을 하는 한 사장은 "국세청 직원이 세금 신고내역을 보더니 어떻게 먹고 사느냐고 묻더라"며 울상을 지었다. 5년 전에 비해 매출이 30% 정도 줄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내토시장은 전형적인 재래시장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이 시장에선 한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번개 세일'과 각종 경품 이벤트 등을 통해 단골을 확보하고,1만원짜리 상품을 구입하면 이 시장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3% 할인쿠폰도 준다. 고객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가게 주인들이 이름표를 다는 명찰 실명제도 시행 중이다.
내토시장의 경쟁력은 바로 '소비자 중심' 경영이다. 재래시장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고객편의에 맞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시장을 찾은 한 주부는 "내토시장의 1차 생필품이 훨씬 다양한 데다 노점상 같은 구경거리도 많아 늘 여기서 장을 본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2002년부터 1조여원을 들여 전국 재래시장 771곳의 시설을 개선해왔다. 하지만 재래시장의 현대화 작업이 시장을 살리는 '요술 방망이'는 아니다. 오히려 재래시장 현대화 과정에서 노점상을 없애고,각 상가의 크기를 규격화한 결과 자칫 재래시장만의 강점마저 송두리째 날려버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 고작 눈비를 막아주는 '아케이드'가 능사는 아니란 사실을 이들 두 시장은 극명하게 보여준다.
심성미 생활경제부 기자 smshim@hankyug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