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채찍'을 들고 있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면서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자 전면에 나선 것이다. 4대강 사업,세종시 수정안 등에 대해 참모나 관료들,여당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다. 진작부터 논란이 벌어졌는데 왜 적극적으로 나서 반대파를 설득하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이 대통령은 왜 장관,참모들이 전략적으로 움직이지 않는지 답답하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며 "그러면서 자신의 과거 경험을 예로 들며 '설득의 기술'을 한 수 가르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측근 참모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반대파 설득의 기술은 4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반대'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수정안 모두 진작부터 거센 반발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대응하라는 논리다.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도움이 된다면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추진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4대강 사업의 중도포기는 없으며 세종시 수정을 4월 중 국회에서 처리하라는 여당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두 번째는 주변사람부터 설득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주문이다. 이 대통령은 청계천 사업을 시작할 때 서울시 공무원 중에서도 찬성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만큼 이들부터 설득하는 게 과제였다는 점을 자주 언급한다. 세종시 수정도 여당 내 반대파부터 지지로 돌아세우는 게 급선무라는 얘기다. 세 번째는 반대하는 사람을 끌어 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일의 추진을 방해할 수 있지만 독단으로 흐르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논지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취임 직후 한 부하직원이 '살생부'명단을 가져왔지만 보지 않고 돌려보낸 것은 이런 차원이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마지막으로 '10번 해서 안되면 100번 두드려라'는 전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참모,장관들에게 가장 답답해 하는 부분이 의지의 강도가 약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상대당이 청계천과 버스전용차로 문제를 비판하면서 서울시장을 사퇴하라고 공격하곤 했다. 결국은 반대하던 사람들을 설득시켰다. 부단한 각오로 설명하는 자세로 가야 한다"고 말한 것에 이런 불만이 녹아 있다. 이 대통령은 청계천 복원 공사에 반대하는 상인들을 4200번 찾아가 설득한 끝에 납득시켰다는 일화를 측근들에게 자주 언급한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