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명 민영 철강업체 대표가 23일 체포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뇌물 수수와 기밀 유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호주 철광석업체 리오틴토 직원 왕융에게 900만달러의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장본인은 르자오강철을 창업한 두솽화 회장.중국판 부자 보고서로 불리는 후룬 리포트에서 2008년 중국 2위 갑부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의 기업은 중국의 4대 민영 철강기업 중 하나다.

FT는 두 회장의 체포를 두고 중국 갑부 기업인이 철퇴를 맞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며 2008년 중국 1위 갑부였던 가전유통업체 궈메이의 황광위 회장도 뇌물 수수와 내부자거래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두 회장과 황 회장의 구속은 중국서 '튀면 다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회장은 실적이 좋은 르자오강철이 국영 산둥철강에 인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태자당(太子黨 · 공산당 원로 및 간부 자제)의 친인척까지 동원하면서 중국 지도부에 잘못 보였다는 후문이다. 중국에선 금융위기 이후 국영기업이 약진하고 민영기업이 쇠퇴하는 국진민퇴(國進民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를 거스르려다가 철퇴를 맞았다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는 "두 회장의 사례가 중국이 긴축을 시행할 때인 2004년 민영기업인 톄번강철이 철퇴를 맞은 것과 유사하다(우샤오보 금융전문가)"고 보는 시각도 있다. 긴축정책이 시행될 때마다 민영기업이 시범 케이스로 당하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중국 최대 가전유통업체를 일군 과정에서 챙긴 막대한 부를 해외로 빼돌리려다 괘씸죄에 걸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튀면 다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실제 일부 부호들은 포브스의 중국 부자 보고서 작성에 협조를 거부하는 실정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