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기업을 장래에 인수해 합병하는 것을 조건으로 증시에 상장된 페이퍼컴퍼니인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에 돈이 몰리면서 대량 거래와 함께 주가가 연일 급등락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달 초 대우증권이 만든 스팩이 첫 상장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 거래되는 종목은 3개뿐이지만 최근 며칠 동안 별 이유도 없이 상한가로 치솟았다가 어제는 또 하한가 가까이 곤두박질쳐 전형적인 치고 빠지는 식의 단타매매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팩은 장외 우량기업의 증시 우회상장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도입된 새로운 금융상품으로, 최소 1년 동안엔 기업을 인수합병(M&A)하기 어렵게 만들어졌다. 그 때까지는 인수용 현금만 갖고 있을 뿐 사업의 실체가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주가가 너무 오르면 장외기업과 합병하기가 힘들어져 투자자들이 충분히 유의(留意)해야 하는데도 이 같은 이상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스팩의 성과는 어떤 우량기업을 인수하느냐가 관건인데도 아무런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주가가 널뛰기하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거래 양상으로 보기 어렵다. 금융감독당국의 보다 철저한 투자자 보호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이유다. 게다가 현재 총 4000억원 규모의 8개 스팩이 금융감독원에 설립등기를 마치고 오는 5월까지 청약과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마당이다. 자칫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이 늦어지게 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소지도 크다.

그런 점에서 한국거래소가 스팩 주식을 살 때 위탁증거금률을 100%로 높이고 증권사들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융자를 제한하는 등의 과열 방지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앞서 스팩 일반청약 때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고 최고 16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만큼 금융감독당국은 현재 50%인 청약증거금률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등의 추가적인 보완대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