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사옥에서 열린 대우자동차판매의 주주총회장에서 이동호 사장(52)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주총 시작 전부터 소란을 피우던 대우차판매 노조원들이 "이 사장이 왜 안나오느냐"고 따졌지만 이날 의장은 지건열 최고재무책임자(상무)가 대신했다.

대우차판매의 재무를 책임지고 있는 지 상무는 주총이 끝난 후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8년씩이나 협력관계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GM대우가 비상식적으로 계약 관계를 단절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 상무는 "GM대우 차를 팔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지금까지 차량 판매에 따른 누적 손실액이 2300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종전 대우차를 팔 때의 수수료가 18~21%에 달했는데 GM대우가 이를 14~15%로 낮췄고,대금 결제일 역시 종전 180일에서 40일로 단축시키면서 손실폭이 컸다는 설명이다. 결제일 단축 만으로도 3% 이상 수수료를 낮춘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GM대우와의 거래는 '한계적 비즈니스'였다는 게 지 상무의 설명이다.

그는 "과거 대우차를 팔던 때와 비교할 때 매출액이 비슷한데도 당시보다 인력을 3분의 1 이상 줄였다"며 "그동안 일방적으로 단절할 수 없어 참아왔는데 갑자기 뒤통수를 맞아 추가 인력감축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구조조정 폭은 상당히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차판매는 이날 바이오연료 생산 및 유통업,농장 개발과 운영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이에 대해 지 상무는 "농장에서 옥수수 등을 재배해 바이오연료를 만든 다음 이를 전국적으로 유통시키는 사업을 구상 중"이라며 "GM대우 배신으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렌터카와 중고차 사업 등도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 상무는 "올초 워크아웃설이 퍼지면서 채권 만기 연장이 안돼 3800억 여원을 모두 갚아야 했다"며 "송도 개발이 본격화되는 5~6월께면 유동성 위기가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 사장은 주총 전날인 23일 쌍용자동차와 판매 협약식을 체결한 뒤 곧바로 도쿄 미쓰비시 본사로 건너갔다. 국내 합작사 파트너인 미쓰비시가 GM대우와 결별한 대우차판매에 대해 긴급 업무 협의를 요청해 와서다.

대우차판매 관계자는 "미쓰비시 측이 이 사장에게 현황 및 자사에 대한 영향을 설명해 달라고 했다"며 "대우차판매와 쌍용차 대리점이 상대방 차량을 교차 판매하는 멀티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쓰비시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이 사장이 적극 해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차판매는 2008년 7월 미쓰비시와 공동으로 미쓰비시모터스세일즈코리아(MMSK)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부평=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