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지금이 진짜 위기…머뭇거릴 시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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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건희 회장 전격 경영 복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24일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에 전격 복귀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조속한 시일 내 경영 일선으로 돌아와 달라는 삼성 사장단의 요청을 받고서다. 2008년 4월 '삼성 특검' 문제로 대국민 사과와 함께 퇴진을 선언한 지 23개월 만이다. 이 회장은 경영에 복귀하면서 "지금이 진짜 위기"라고 했다. "도요타 같은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도 했다. 전날 밤 이건희 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복귀 의사를 직접 전달받은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사장단 회의를 통해 "이 회장이 현 경영 상황에 대해 비장한 심경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회장이 경영 복귀를 결정한 것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일본 도요타 같은 세계적 기업의 추락을 목도하면서 삼성도 '성공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계열사 사장단과 연쇄 만찬회동을 가지면서 몇몇 기업들의 사례를 들며 "1등 기업의 몰락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찾아온다"며 절박한 위기감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복귀 발표를 맡은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도 "처음 사장단이 복귀 요청을 한 날짜가 2월17일이었는데,공교롭게도 도요타 리콜 사태가 터진 시기와 맞물렸다"며 "이 회장이 도요타 같은 기업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애플 구글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제조 부문으로 급속히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도 이 회장의 결행을 재촉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직접 나서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하지 않으면 미래를 내다보는 그룹 경영 · 사업구조 재편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삼성은 이 회장의 경영 복귀와 함께 일대 경영 쇄신에 나서기로 했다. 이 회장을 보좌할 그룹 조직의 재건을 포함해 미래 신수종 사업 발굴 및 육성을 위한 경영 진단-혁신 프로그램을 그룹 전반에 걸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임직원들은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이 회장의 경영 복귀를 환영했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릴 경우 경영 쇄신 조치는 상당한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은 비록 등기임원은 아니지만 그동안 삼성의 대주주로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온 데다 앞으로 실질적으로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총수로 강력한 구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그룹을 이끌어온 사장단협의회는 본연의 특성에 맞게 비상설 협의체로 내려앉고 그룹의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는 삼성전자 회장실 산하의 △업무지원실 △윤리경영실 △브랜드관리실로 옮겨갈 전망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그림자'라 불리는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이 3실을 포함한 그룹 조직 재건의 핵심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맏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의 경영 복귀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공식 직함 없이 삼성의 대주주로만 활동해 적지 않은 애로와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조속한 시일 내 경영 일선으로 돌아와 달라는 삼성 사장단의 요청을 받고서다. 2008년 4월 '삼성 특검' 문제로 대국민 사과와 함께 퇴진을 선언한 지 23개월 만이다. 이 회장은 경영에 복귀하면서 "지금이 진짜 위기"라고 했다. "도요타 같은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도 했다. 전날 밤 이건희 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복귀 의사를 직접 전달받은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사장단 회의를 통해 "이 회장이 현 경영 상황에 대해 비장한 심경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회장이 경영 복귀를 결정한 것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일본 도요타 같은 세계적 기업의 추락을 목도하면서 삼성도 '성공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계열사 사장단과 연쇄 만찬회동을 가지면서 몇몇 기업들의 사례를 들며 "1등 기업의 몰락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찾아온다"며 절박한 위기감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복귀 발표를 맡은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도 "처음 사장단이 복귀 요청을 한 날짜가 2월17일이었는데,공교롭게도 도요타 리콜 사태가 터진 시기와 맞물렸다"며 "이 회장이 도요타 같은 기업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애플 구글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제조 부문으로 급속히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도 이 회장의 결행을 재촉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직접 나서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하지 않으면 미래를 내다보는 그룹 경영 · 사업구조 재편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삼성은 이 회장의 경영 복귀와 함께 일대 경영 쇄신에 나서기로 했다. 이 회장을 보좌할 그룹 조직의 재건을 포함해 미래 신수종 사업 발굴 및 육성을 위한 경영 진단-혁신 프로그램을 그룹 전반에 걸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임직원들은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이 회장의 경영 복귀를 환영했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릴 경우 경영 쇄신 조치는 상당한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은 비록 등기임원은 아니지만 그동안 삼성의 대주주로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온 데다 앞으로 실질적으로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총수로 강력한 구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그룹을 이끌어온 사장단협의회는 본연의 특성에 맞게 비상설 협의체로 내려앉고 그룹의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는 삼성전자 회장실 산하의 △업무지원실 △윤리경영실 △브랜드관리실로 옮겨갈 전망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그림자'라 불리는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이 3실을 포함한 그룹 조직 재건의 핵심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맏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의 경영 복귀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공식 직함 없이 삼성의 대주주로만 활동해 적지 않은 애로와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