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었더니'…외국인 의료관광 한국行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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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의료법개정 이후 피부미용ㆍ성형환자 등 몰려
"가격대비 의료수준 높아 만족"
"가격대비 의료수준 높아 만족"
"김연아 선수 피부처럼 만들어 주세요. "
지난 24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름다운나라피부과 강남점.일본 도쿄에서 한국에 의료관광을 온 여대생 호소이 모에씨(23)와 어머니 호소이 나오코씨(53)가 병원 통역 직원과 피부시술에 대해 상담 중이었다. 모에씨는 일본 여행사를 통해 1인당 7만2000엔(약 90만원)짜리 3박4일 의료관광을 신청해 지난 23일 방한했다. 모에씨는 이날 1시간 반가량 피부의 민감성을 줄여주는 시술을,나오코씨는 피부 주름을 완화시키는 시술을 받았다. 모에씨는 "TV에서 본 한국 여성들의 예쁜 피부가 부러웠다"며 "일본에서는 피부 치료와 미용을 함께하는 곳이 거의 없는 데다 가격도 비싸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의료법 개정으로 병원이 직접 또는 여행사 등 대행기관을 통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된 데다 한국의 의료 수준이 높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외국인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의료기관이 복지부에 신고한 인원 기준으로 2007년 7900명에서 2008년 2만7480명,지난해에는 5만5000명으로 급증했다. 임형택 한국관광공사 차장은 "의료관광객 중 80~90%가 미용,성형,건강검진을 하러 오는 경증환자나 미용고객이며 수술이 필요한 중증환자는 10~20%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중증환자는 주로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의료기술이 상대적으로 뒤처진 러시아,몽골,중국,카자흐스탄에서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연세의료원 등 대형 종합병원을 찾아오고,경증환자나 미용고객은 의료비용을 아끼기 위해 일본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침으로 처진 피부를 바로잡는 시술을 하는 이은미내추럴한의원의 이은미 원장은 "일본인 관광객이 많을 때는 전체 환자의 20~30%를 차지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심지어 미국에서 찾아오기도 한다. 김을수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기획홍보팀장은 "미국의 경우 대장내시경 검사비가 2000달러(약 220만원)에 달하는데 우리나라는 30만원 정도로 비용이 저렴하다"면서 "검진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관광을 겸해 오는 미국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의료관광객이 늘면서 병원들도 손님맞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연세의료원 관계자는 "기존에는 영어 통역 직원만 있었지만 지난해 가을에는 일본어와 러시아어를 쓸 수 있는 직원을 각각 고용했다"고 말했다. 이은미 원장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동 일대 병원들과 여행사,유치업체 등이 명동관광클러스터를 만들기 위해 논의 중"이라며 "한방치료뿐만 아니라 안과 치과 등 다양한 병원들이 손잡고 함께 마케팅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광회사 등에 내는 환자 유치 수수료도 병원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의료관광 유치업체인 스타팍스의 우윤성 대표는 "한국은 의료기술 수준이 상당하고 가격 경쟁력도 있지만 국가 인지도에서 인근 경쟁국인 싱가포르에 밀린다"며 "정부에서 의료관광 관련 국가예산을 현지 간접홍보 행사에 집중하고 있는데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직접 광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고운/이현일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