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저속 전기차와 관련한 행정을 너무 급하게 서두르는 듯싶어요. 내달 14일이 본격 운행일이라는데 미흡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

지난 24일 오전 10시30분 친환경 저속 전기차 시승행사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관계자들은 우선 충전소가 너무 부족하다는 점을 우려했다. 현재 1~2시간 안에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고속충전소는 서울시 전체를 통틀어 5대뿐이다. 전기차 운행이 가능한 지역을 선정하는 작업도 미완료 상태다. 안내표지판 800여개를 설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본격 운행이 다가왔는데도 운행날인 내달 14일까지 확정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운행 가능지역 지정과 관련해서도 침착하지 못한 '과속행정'이 드러난다. 시는 제한속도 60㎞ 이내의 서울 시내 모든 도로를 저속차 운행지역으로 지정할 계획이지만 보다 더 세심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제한속도가 60㎞로 지정됐다 해도 실질적으로 그 이상의 속도를 내는 도로가 많아 자칫 전기차가 교통흐름 방해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운행을 위협하는 장애물이 도로 곳곳에 숨어 있는데도 법 시행 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전기차 상용화는 작년 11월 정부가 '그린카 4대 강국'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 달 만에 전기차 운행 관련 법령이 마련됐고 석 달 만에 시행을 앞두고 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마련해야 할 구역 지정과 표지판 등 인프라가 급조되는 것은 선진국 행정에선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이런데도 서울시 담당자들은 여유만만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기차 운행금지 구역은 전체 도로의 3.2%에 불과해 운전에 지장이 없으며 안내 내비게이션을 개발해 사고를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또 부족한 충전시설과 관련, "고속충전기가 몇 대 없더라도 대형마트 등에서 일반 전기로 무료충전을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만큼 별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 관계자는 "'빨리빨리'가 한국의 저력 아니냐"며 자기합리화에 급급했다. 시승식에 나온 전기차는 앙증맞고 친환경적이었지만 안전 주행을 뒷받침해야 할 서울시의 행정 준비는 불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김미희 사회부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