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는 달러화 대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엔 · 달러 환율이 70엔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없을 것이다. "

'미스터 엔'(Mr.Yen)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와세다대 교수(69 · 사진)는 25일 홍콩에서 가진 본지와의인터뷰에서 이 같이 전망했다. 그는 "엔 · 달러 환율이 당분간 90엔 근처에서 횡보하겠지만 적어도 85엔까지는 하락(엔화가치는 상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에선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경제성장 촉진을 위해 엔화 강세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는 등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이에 대해 "사실 일본의 디플레이션(장기침체에 따른 물가하락)은 펀더멘털(경기)의 문제가 아니라 통화가치에 의해 촉발된 문제"라고 분석했다.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지만 규제 실패에 따른 버블 붕괴와 금융시스템 혼란은 이미 미국 사례에서 확인됐듯 당국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급격하지 않은 수준의 디플레이션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결국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사카키바라 교수는 '동아시아 역할론'을 강조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제의 패권은 점차 아시아로 넘어오고 있다"며 "일본과 한국은 아시아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수혜를 보는 곳"이라고 말했다.

또 동아시아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며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경제 공동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경기 회복세는 언제든 쉽게 꺾일 수 있고,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상황은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신흥시장은 상대적으로 탄탄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아시아 국가들이 세계 경제를 견인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특히 10년 전 40%에 그쳤던 동아시아 국가 간 교역비율이 57~58% 수준으로 늘어나는 등 시장 주도의 통합(market-delivered integration)은 이미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역내 교역비율은 향후 5년 내 60%까지 늘어 경제통합을 이룬 유럽연합(65%)과 유사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따라서 "이제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조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가 왔다"며 "단일 통화와 같은 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변화하는 시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이 같은 논의는 한 · 중 · 일 3국이 주축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콩=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