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인간세상의 축소판이다. 군사 전략은 정치 전략과 경영 전략,리더십 전략으로도 활용된다. 《한국사 전쟁의 기술》은 《손자병법》의 36가지 전략을 바탕으로 한민족의 전쟁사를 살펴보면서 다양한 처세술을 알려준다.

한민족 역사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한 번도 다른 민족을 침략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고조선 시절부터 중국 한나라와 패권을 다퉜으며 광개토대왕의 정복 전쟁,공민왕의 옛 고구려 영토회복 전쟁,세종대왕의 대마도 정벌 등 한반도는 고대부터 전쟁터였다.

굳이 고대 로마나 중국이 아니라 한국사 속의 전쟁만으로도 무한경쟁 시대의 필승 전략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에는 '승산이 없다면 섣불리 나서지 마라''빠르게 행동하고 빠르게 끝내라''상황에 대한 통제권을 움켜쥐어라''전투의 승패는 기세와 타이밍에 달려 있다' 등 '현재형'에 가까운 인생 지침이 담겨 있다.

또 다른 매력은 전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고려시대 강동 6주의 반환을 이끌어 낸 서희와 소손녕의 담판은 그동안 서희의 기개와 담력이 이뤄낸 결과로 알려졌지만 이는 '인상 비평'이라는 것.서희는 당시 송나라와 거란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에 밝았다. 소손녕은 고려가 송나라와 연합해 거란을 공격할까 두려워했고,이를 꿰뚫고 있던 서희가 협상의 주도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외에도 삼국시대 최고의 전략가로 김유신 대신 고구려,신라,백제,당나라 간의 이해관계를 이용해 연개소문과 동맹을 맺고 김춘추를 볼모로 잡은 백제의 성충을 꼽는 등 다른 시각으로 한국사를 바라본다.

그동안 조선사 비중이 컸던 한국사 서술에서 벗어난 것도 새롭다. 청야전술(淸野戰術 · 주변에 적이 사용할만한 모든 군수물자,식량 등을 없애 적군을 지치게 만드는 전술)로 유명한 고구려군,왕좌를 찾기 위해 분열 전술을 사용한 고려 인종의 사례,일제시대의 '황금대왕' 최창학의 선점 전략 등도 담았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