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장면의 딜레마'에 종종 빠진다. 중국음식점에서 자장면을 먹을까,짬뽕을 먹을까 고민하는 것이다. 옆 사람이 시키는 게 왠지 맛있을 것만 같아서다.

그래서 등장한 게 짬짜면이다. 자장면과 짬뽕을 그릇에 절반씩 담아준다. 그릇 가운데에는 칸막이를 만들어 짬뽕 국물이 자장면 쪽으로 넘치지 않도록 한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게 수요이고 이를 만들어 파는 게 공급이다. 시장경제에서 무엇을 얼마나 만들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바로 소비자의 수요다. 이는 경제학의 3대 기본과제 중에서도 으뜸이다.

《자장면 경제학》은 '짬짜면' 같은 경제 입문서다. 20여년간 경제기자로 일한 저자가 어렵게만 생각되는 경제 원리를 쉽게 풀이해 전달한다. 주류 경제학의 기본 개념뿐 아니라 요즘 각광받는 게임이론이나 행동경제학,심리학까지 동원해 일상 속의 경제를 자장면처럼 친근하게 설명해준다.

그의 흥미로운 시각과 해석을 따라가다보면 어느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우리 일상에서 경제학의 관심사를 찾아내 재미있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장충동에는 왜 원조 족발집이 많을까. 공짜 폰은 주면서 배터리는 왜 공짜로 안 줄까. 회식할 때는 왜 항상 음식이 남을까. 명품은 비싸도 왜 잘 팔릴까. 당첨확률이 희박한 복권은 왜 자꾸 살까. 이런 행동의 밑바탕에는 경제적 동인들이 깔려있다.

가령 명품을 선호하는 심리에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현시욕이 있다. 다수의 대중과 구별되는 소수의 자기표현과 자기만족이 명품 소비로 나타나는 것이다.

명품 구입에는 가격이 오를수록 과시용과 허영심 등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런 효과,남들이 사면 따라사는 밴드왜건 효과,가격이 아니라 품질가치가 최우선 구매 요인으로 작용하는 퍼펙셔니스트 효과 등이 수반된다.

첫사랑이 기억에 오래 남는 이유를 저자는 '한계효용체감의법칙'으로 풀이한다. 한계효용체감의법칙이란 하나가 추가될 때마다 얻는 효용(만족감)이 줄어든다는 뜻.첫사랑은 맨처음이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첫사랑의 한계효용은 무한대에 가깝다. 첫사랑의 추억도 그 후의 사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간은 이기적이지만 헌혈과 장기기증 등 이타적인 행동도 한다. 이는 시장경제 질서가 개인의 이기심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게임이론의 '되갚기 전략'으로 해석하면 악행은 보복받게 마련이다. 그러나 상대방에게 호의를 베풀면 당사자는 보답해야할 의무를 느낀다. 결국 베풀면 호의로 되받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개인의 이익추구는 상호적 이타주의로 진화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물론 이타적 행동에 수반되는 명예 자족감 우월감 등의 감정적 효용도 빼놓을 수 없다.

독자들은 거창한 경제이론이나 복잡한 수식을 몰라도 된다. 중 · 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사회나 경제과목 수준의 지식만 갖추면 충분하다. 사람들을 움직이는 원리를 알고 싶은 젊은층이나 직장인,주부들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다. 고객의 마음을 파악하고 사업을 키울 자영업자에게도 권할 만하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