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이후 아파트 가격 하락폭이 컸던 때는 크게 두 번이다. 서울올림픽 직후인 1980년대 말 급등했다가 분당 일산 등 수도권 신도시 입주로 급락했던 1992년 전후와 외환위기가 몰아닥친 1990년대 말이다.

1988~1990년의 아파트 값 폭등은 저유가 · 저금리 · 저환율 등 3저 호황에서 비롯된 주택 수요가 배경이었다. 올림픽 특수까지 겹쳐 3년 동안 연평균 16.3% 치솟았다.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노태우 정부는 수요억제와 공급확대책을 동시에 내놨다. 택지소유상한제 · 개발부담금 · 토지초과이득세 등 '토지공개념 3법'과 수도권 5개 신도시(분당 · 일산 · 평촌 · 산본 · 중동) 등에 '주택 200만가구 건설'이 골자다.

이후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값은 상승세가 주춤해졌고 신도시 입주가 본격화됐던 1992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1990년 21%나 올랐던 집값은 1991년 0.5% 내린데 이어 1992년 5%,1993년 2.9% 등 1995년까지 하락세를 지속했다. 1994년부터 보합세로 전환된 아파트 가격은 1995년부터 1997년 상반기까지 연 평균 2~3%대의 상승률을 보이다 외환위기로 1997년 말부터 1998년 말까지 12.4% 급전직하했다. 이는 사상 최대 하락 폭이다.

버블 붕괴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집값이 16.4%,11.6% 각각 뛰었던 2002년과 2006년에도 제기됐다. 과거엔 집값이 뛰는 때였지만 지금은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보이고 있다. 저금리와 시중의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에선 유사하지만 가계의 자금동원 능력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2006년부터 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 등으로 가계 대출에 대한 고비를 바짝 조이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