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 긴급 진단] 바닥찍고 반등 vs 대세하락 전초전…집값 어디로
부동산 시장이 '버블(거품)'논쟁으로 뜨겁다. 기업은행연구소 산은경제연구소 등이 버블 붕괴 가능성을 잇따라 지적, 부동산 침체 국면에서 논쟁이 벌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거래가 줄고 수도권에서도 미분양이 쌓이는데 버블론까지 가세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높다.

이에 대해 금융기관 부동산 PB,주택관련 연구기관 연구원 등은 "서울 강남 아파트 값에 일부 거품이 있을 수 있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며 "1~2년 안에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버블 붕괴 수준의 폭락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시장,붕괴 수준 아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집값 양상이 버블 붕괴 직전의 미국 일본과 닮았다'는 산은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지역 아파트의 '가구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이 12.64로 뉴욕(7.2),샌프란시스코(9.09)등 미국 주요 도시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PIR가 버블 정도를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조윤호 대신증권 책임연구원은 "PIR는 하나의 기준에 불과하다"며 "PIR는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고 인구가 집중된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비교해야 객관적"이라고 말했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PIR는 10 안팎이다. 조 책임연구원은 "인구가 줄더라도 2020년까지 서울 및 수도권의 인구가 늘어나 주택 구매력은 여전히 높을 것"이라며 "버블 붕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PIR 비교대상이 적절치 않았고,높은 인구 밀집도와 고소득자의 대거 강남 거주 등 한국적 특수성도 감안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기식 동부증권 부동산금융부문 상무는 "대한민국 소득 상위 10%가 모여 있는 서울 강남의 가계소득을 감안하면 강남 아파트의 PIR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윤 상무는 또 "버블 형성기 당시 일본의 LTV(주택담보인정비율)는 120%에 육박했고 미국도 85%에 달했다"며 "우리 나라의 작년 LTV는 52.2%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침체로 주택구매 심리가 위축돼 조정국면이 이어지고 있지만 비교적 탄탄한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거품 붕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PB팀장은 "한국인의 자산 포트폴리오 특성상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주택수요가 단기간에 확 줄어들 가능성은 적다"며 "가격 급락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바닥 근접…그러나 조정 길어질 수도"

전문가들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극심한 시장 침체가 집값 바닥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조심스레 분석한다.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조정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징후가 하나 둘 나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중소형 평형의 전셋값이 중대형 전셋값보다 더 비싼 '전셋값 역전' 현상이 수도권을 넘어 서울 강남 일부로 확산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박합수 팀장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가격 폭락세가 멈추고 나타난 지루한 횡보장세에서 강남 전셋값 역전이 나타났다"며 "요지인 강남에서 이런 현상이 재현된 것은 부동산 시장 하락국면이 갈 만큼 갔다는 인식이 퍼지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박 팀장은 "지난 2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이 전월보다 소폭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아 연구위원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연구위원은 "아파트 값이 폭락하지는 않겠지만 거시경제 상황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조정은 예상보다 오래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아파트 값이 바닥권에 가까워졌다는 분위기가 있지만 향후 가격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측면이 있다"며 "섣부른 매수보다는 당분간 시장을 주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