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사무실엔 하루 종일 전화가 빗발쳤다.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 등 주요 해외 주주들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심각한 우려 또는 반대의 뜻을 포스코 측에 전달했다'는 한국경제신문 보도가 나간 뒤였다. 해외 주주들이 포스코의 대우조선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담은 서한을 전달하거나 구두로 입장을 나타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당연스레 이를 확인하는 국내외 언론의 문의도 뒤따랐다.

▼본지 24일자 A1 · 19면 참조('주주자본주의`에 막힌 포스코…조선업 진출 안갯속 )

포스코는 당시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주요 해외 주주들이 조선업종의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감을 표시하긴 했지만 심각할 정도의 반대는 아니었다는 논리였다. 회사 측은 "버핏은 지난 1월 미국 오마하의 벅셔 해서웨이 본사를 방문한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직접 우려나 반대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워런 버핏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우려를 표명했느냐 여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 해서웨이와 다른 외국 주주들이 포스코의 대우조선 인수에 대해 상당한 우려의 뜻을 전달했다는 점이다.

이 와중에 뉴욕타임스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25일 일제히 "워런 버핏을 포함한 해외 주주들이 포스코의 대우조선 인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거나 철저한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조선경기 침체 국면에서 조선 회사를 인수하는 것에 대한 주주들의 심각한 우려가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포스코는 국내에선 외국 주주들의 우려와 경고를 부인하면서,외신엔 이 같은 사실을 일부 인정한 모양새가 됐다. 포스코가 이처럼 애매한 상황에 놓인 이유는 간단하다.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해양플랜트 및 에너지 사업 등을 확장해야 하는 절박함을 느끼면서도 주주 이익 극대화를 앞세운 월가식 '주주자본주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서다. 포스코의 외국인 지분은 50% 정도에 달한다. 때문에 다시 주주자본주의 논란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현재 외국 주주들의 우려에 대해 그 강도가 높고 낮음을 따질 때가 아니다"라며 "국내외 주주들에게 대우조선의 가치와 낮아진 인수 가격,인수를 통해 얻는 시너지 효과 등을 보다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