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이달 들어 시가총액 상위주를 싹쓸이하면서 외국인 지분율이 2년래 최고 수준에 육박하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외국인은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200억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10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9월 기록했던 '14일 연속' 순매수 이후 최장 기간이며 이달 들어서만 4조3000억원이 넘는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식성은 까다로워 정보기술(IT) 자동차 금융 등 업종대표주들이 주요 매수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 회복으로 외국인의 주식 투자 심리가 고조되고 있다"며 "주요 종목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2년여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오긴 했으나 추가적으로 사들일 여유는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여전히 사상 최고치였던 2004년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 현대차 순매수 1 · 2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수 1위와 2위를 기록한 종목은 삼성전자(7462억원)와 현대차(3051억원)다. 이들 두 종목의 외국인 순매수액은 1조원을 넘어 전체 순매수액의 4분의 1에 육박했다.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12개가 시가총액 상위 20위 이내다. 시총 상위주만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LG디스플레이(2354억원) 하이닉스(1374억원) 삼성전기(1018억원) 기아차(2027억원) 신한지주(1357억원) 외환은행(1154억원) 우리금융(1079억원) 등 IT 자동차 금융이 대부분이다. KT SK에너지 LG화학 NHN 엔씨소프트 등도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았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서 각국에서 글로벌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며 "이 자금이 매력적인 한국 업종 대표주를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부장은 한국 IT기업이 이익 성장률은 높은 반면 주가 수준은 낮아 외국인 순매수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외국인 순매수는 미 증시에 연동하는 편인데 최근 미국 증시가 상승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며 "외국인은 지난해 금융위기 과정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준 국내 대표 기업들이 올해 글로벌 경기 회복 과정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추가 매수 여력 있어

시총 상위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2년여 만의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24일 48.36%로 2007년 11월7일(48.46%) 이후 2년4개월 만의 최고치다. 현대차 지분율도 38.32%로 2007년 8월30일(38.3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한지주도 2007년 12월 수준까지 높아졌다.

LG전자(30.68%) 역시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던 2007년 10월 말 수준을 뛰어넘었으며 지주회사인 LG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 같은 지분율은 종목별 외국인 지분율 사상 최고치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삼성전자는 2004년 4월에 60%를 넘은 적이 있으며 그 무렵 현대차(57.11%) 신한지주(66.28%) 하이닉스(53.39%) LG디스플레이(54.28%) 등도 지분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이 차지했다.

조 부장은 "외국인이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점유한 2004년 수준에 비하면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은 IT 시황 사이클과 환율에 연동한 매매 패턴을 보였다"며 "IT 업황이 호조세를 보이는 동안은 국내 증시에서 매수 우위에 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현기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원 · 달러 선물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환율 측면에서도 외국인은 국내 투자 여건이 양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32% 수준인 외국인 전체 시총 비중이 40%를 웃돌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조 센터장은 "2004년과는 달리 최근 브라질 중국 증시가 급성장하면서 이머징시장 내 경쟁국이 늘어났다"며 "경기 회복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한국 증시 매력은 떨어지고 라틴시장이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량주 쓸어 담았지만…외국인 더 살 수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