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지식경제부는 26일 산업융합촉진법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융합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 제정 작업에 착수했다.기존 칸막이식 산업발전법으로만 업종의 벽을 허무는 융합산업을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LG전자는 혈당측정과 투약관리가 가능한 당뇨폰을 개발했으나 의료법상 의료기기로 분류돼 각종 인허가 부담이 커지자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KT와 서울대학교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추진한 원격진료 맞춤형 의료서비스 U헬스 사업도 의료법상 제약으로 좌절된 대표 사례다.또 착용만으로 혈압 등을 측정할 수 있는 헬스케어 의류가 개발됐지만 의류제품과 의료기기간 분류가 불명확해 활성화에 제약을 겪고 있다.

S중공업이 지게차와 트럭을 결합해 개발한 트럭 지게차는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제품 승인이 4개월 이상 지연됐다.손해 규모만 60억원에 이른다.신세계 백화점은 디지털 인체형상(아바타)을 활용한 가상 의류 착용 서비스를 추진했지만 디지털 인체형상 운영에 대한 규정이 없어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딜로이트 컨설팅이 지경부에 제출한 정책보고서도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융합 시대에 대비한 법·제도 정비를 꾸준히 추진한 반면 우리는 융합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미흡한 것으로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2002년부터 ‘인간수행능력 향상을 위한 융합기술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왔고 유럽과 일본도 2004년부터 각각 ‘유럽지식 사회를 위한 융합기술 정책’과 ‘신산업 창조전략’을 내놓았다.

그러나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개발도상국과 기술경쟁력을 가진 선진국의 틈바구니에 낀 한국 경제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선 융합전략이 절실하다.딜로이트 컨설팅에 따르면 2008년 기준 8조600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융합시장은 2013년에는 20조달러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반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우리나라의 융합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50~80% 수준에 불과하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1346개사를 대상으로 벌인 ‘융합산업 실태와 애로요인’ 조사에서 기업들의 41.0%가 융합제품을 출시 과정에서 진행이 지연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주용석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