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또 다시 가톨릭 사제의 성추행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BBC와 더타임스,가디언 등 영국언론들은 교황이 과거 추기경으로 재임하던 시절,한 미국인 신부가 청각장애 어린이 200여명을 성추행한 사건을 보고받았으나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26일 보도했다.

라칭어 추기경(현 교황 베네딕토 16세)이 1996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한 농아 학교에 근무했던 로렌스 머피 신부가 청각장애 아동 200여명을 성추행했다는 밀워키 대주교의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묵과했다는 것이다.당시 머피 신부는 라칭어 추기경에게 탄원서를 보내 선처를 호소했으며 교황청은 이 사건에 대한 징계 절차를 중단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교황청 대변인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머피가 당시 고령이었으며 20년도 훨씬 전에 일어난 일이라 굳이 처벌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머피 신부는 2년 뒤 성직자 신분으로 사망했다.

2002년까지 미국 내에서 성추행에 연루된 신부가 1200여명에 달하는 등 최근 몇 년 동안 교황청은 가톨릭 사제들의 성추행 문제를 간과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최근 독일에 이어 미국에서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추기경 시절 사제의 성추문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교황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