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이달 들어 5% 넘게 상승했다. 이 같은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기업실적 발표가 시작되는 다음달에는 전고점 돌파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음달 증시는 어떤 흐름을 보일까?

26일 <한경닷컴>은 국내 8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4월 전망에 대해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4월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 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전고점 돌파 시도에 나설 수 있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보다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초점] 4월 코스피 박스권 예상…전고점 뚫을까?
증권사들이 제시한 다음달 지수 전망치 상단 평균은 1720선 초중반(1724)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망치가 가장 높은 증권사는 1750(현대)을 예상했다. 가장 낮은 전망치는 1700(NH)이었다.

지난 25일 코스피 지수가 1688.39로 장을 마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상승 여력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반면 박스권 하단은 1550∼1600 수준으로 제시돼 상대적으로 하락 여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달 시작되는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지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주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지금까지 양호한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가 지수 상승을 이끌어 온 가운데 그 결과에 귀추를 주목해야 한다는 것.

이재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수요 증가 등 긍정적 요인들로 인해 IT(정보기술) 등 수출주로 자금 유입이 재개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며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예상치보다) 나쁘지 않다면 실적 모멘텀에 따른 주가 레벨업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실적 발표와 맞물려 코스피 지수가 다음달 중후반 전고점 돌파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실적에 대한 기대가 이미 지수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 실적 발표는 시장에서 재료 노출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며 "4월 코스피 지수는 작년 7월 이후 기준 평균선인 1650선으로의 수렴과정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한국 증시 상승에 일조한 미국 증시의 모멘텀(계기) 둔화 우려 역시 제한적인 지수 흐름 전망의 근거로 작용했다.

이달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모기지담보증권(MBS) 매입이 종료될 예정이고, 다음달에는 미국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지원정책도 끝나게 된다. 미국 가계 부담이 늘어나면서 증시 상승 모멘텀이 점차 줄어들 빌미를 제공할 전망이다.

이에 미국발(發) 훈풍과 함께 적극적인 추이를 나타냈던 외국인 매수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달 들어 지난 25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4조3398억원어치 한국 주식 순매수에 나섰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책 효과가 4월달로 소멸되면 현재의 미국 증시 상승 탄력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4월 코스피 지수는 점차 고점이 하락하는 등락 패턴을 나타낼 전망이기 때문에 1700을 넘어가면 주식비중을 줄여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코스피 지수가 1700선을 넘어서면 펀드 환매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 삼성생명 상장 등으로 최근 자금이 IPO(기업공개)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코스피 지수의 상승 여력이 꺾이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신흥시장 가운데 한국 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높은 편이고,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 중국 위안화 절상 이슈 등도 긍정적인 지수 추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 지수가 오는 5월까지 박스권 장세를 나타낸 후 6월부터 흐름이 나아질 전망"이라며 "현재 글로벌 증시 대비 한국증시의 PER(주가수익비율)은 30% 정도 저평가 된 상태로, 박스권 하단에서 중국 관련 종목들 중심의 저가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