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두 차례에 걸쳐 지급준비율을 올린 데 이어 인도가 지난 19일 기습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글로벌 긴축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한 금리 인상과 내년도 선진국의 금리 상향 조정을 염두에 두고 해외 펀드에 대한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0조원을 넘는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투자 원본) 중 5조원 정도는 선진국 투자펀드이며 나머지 45조원은 중국 브릭스 친디아 등 신흥국 펀드다. 최근 인도의 기준금리 인상이 투자자들의 피부에 바로 와 닿고 있는 이유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시중 유동성이 줄어 일반적으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에 대한 우려로 시장은 금리가 오르기 전부터 조정을 보이거나, 실제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큰 폭으로 출렁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경기 회복 초기 국면에서는 충격이 잦아들면 증시도 금리와 함께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이나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지역의 펀드에 대한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지만 증시가 추가 하락할 경우 비중을 늘리는 기회로 삼을 것을 권하고 있다.

◆금리 인상 공포에 떠는 신흥국 투자펀드

주요 신흥국 투자펀드들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좋지 않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연초 이후 1.89%(24일 기준) 손실에 그친 데 비해 중국 본토펀드는 8.41%,브라질펀드도 4.64%나 손실을 입고 있다. 중국(홍콩H주)펀드와 브릭스펀드도 3~4%대 손실을 보고 있다.

중국 증시는 두 차례에 걸친 지급준비율 인상에 이어 기준금리 상향, 위안화 절상 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연초 이후 흐름이 좋지 않다. 하지만 지난 19일 금리를 올린 인도는 최근 1주일간 상승세를 타면서 기습 인상에도 꿋꿋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실제 과거 사례를 보면 금리 인상 초기에는 조정을 보이지만 이후에는 금리 상승 속에 증시도 오르는 경우가 많다. 하나대투증권이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미국의 경우 1987년 이후 네 차례 금리 인상 국면에서 증시가 모두 올랐으며,일본도 최근 세 차례 금리 인상 시기에 증시가 동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국은 2007년을 제외하면 지준율이나 기준금리 인상이 상하이종합지수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양상을 보였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금리 인상이 이어지더라도 경기 회복과 맞물리면 증시가 올랐던 만큼 조정폭이 커지고 출구 전략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시점에서는 주식형 펀드의 비중을 확대할 것"을 권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도 "금리 인상이 통상 경기 회복이나 성장 국면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가 금리 인상에 대한 충격보다는 경기 회복이라는 펀더멘털 요인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단기 투자는 러시아,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등 신흥국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상 우려가 적은 러시아 시장의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대정 대우증권 자산배분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경기가 회복세를 보인 지 오래되지 않았고 인플레이션 우려도 낮아 조만간 0.25%포인트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있다"며 "연내 인상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요 신흥국 중 올해 브라질과 인도가 가장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며 중국은 인상폭은 크지 않지만 부동산과 대출 규제를 통한 종합적인 긴축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선진국은 출구 전략 우려는 적지만 기대 수익률이 높지 않고 나머지 신흥국은 출구 전략 우려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러시아나 동유럽펀드가 가장 매력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펀드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는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15.8배 수준까지 낮아져 금리 인상으로 인한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보다 향후 지속적인 성장성을 고려해 꾸준히 납입할 것"을 권했다. 김태훈 삼성증권 연구위원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엔 글로벌 유동성이 빠르게 회수되면서 신흥국 증시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선진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점차 늦춰지고 있어 이머징 증시에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인도도 경험상 연속적으로 세 번 이상 인상할 경우에는 증시에 부담이지만 현재로서는 연속 인상 가능성이 높지 않아 투자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브라질은 주가 수준에 대한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펀드 투자 시기를 금리 인상 이후로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오 연구위원은 글로벌리츠에 대한 투자를 권했다. 그는 "미국은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이 없긴 하지만 주식보다 가격이 급락한 리츠에 투자하는 것이 보다 유리해 보인다"며 미국 리츠를 많이 편입한 글로벌리츠를 추천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