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상장을 앞둔 삼성생명보험 보유 주식 가운데 500만주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26일 증권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매각대금으로 차입금을 상환, 이자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주가 재평가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보유중인 삼성생명 주식 500만주를 구주매출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25일 공시했다. 지분 처분 후 CJ제일제당의 보유주식 수는 459만1510주(지분율 2.3%)로 줄어들게 된다. 회사 측은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를 위한 결정"이라며 "처분주식 수는 이후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CJ제일제당이 삼성생명 지분 매각대금으로 부채를 갚으면 이자비용이 줄어들어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 공모가액을 주당 10만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500만주의 매각대금을 5000억원으로 가정했을 때, 전액 부채를 갚는데 쓴다면 매각차익에 대한 법인세(세율 24.2%) 등을 제외하고 대략 3700억원 수준의 부채가 감소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CJ제일제당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1조102억원이다.

이경민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작년 기준 CJ제일제당의 순이자비용이 52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삼성생명 주식 매각으로 연간 200억원의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생명 지분 매각 건이 저평가됐던 CJ제일제당 주가의 재평가 과정을 이끄는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 지분 매각 결정은 CJ제일제당에 있어 장기호재로, 주가 흐름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며 "500만주 매각을 가정했을 때, 올해 주당순이익(EPS)이 7.5% 향상되는 효과가 있고, 장기적으로 남아있는 지분까지 매각한다면 EPS가 14.3% 개선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매각대금을 해외사업투자 등에 활용한다면 영업부문의 성장 모멘텀을 발굴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이자비용 절감 효과를 넘어선 더 큰 임팩트(영향)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CJ제일제당의 보유자산가치가 다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서울 가양동과 영등포의 공장부지를 CJ제일제당이 개발할 계획이기 때문에 이를 통한 부동산 개발이익도 기대해 봄 직 하다는 것.

조기영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와 내년에 걸쳐 구체적인 가양동·영등포 부지의 개발·매각계획이 발표될 것"이라며 "두 부지가 아파트와 상가로 개발될 경우, 현재가치로 할인한 세후 현금 유입액은 각각 4322억원과 1245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삼성생명 지분 매각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CJ제일제당 주가는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 삼성생명 지분 매각 이야기가 돌면서 선제적으로 주가에 반영된 부분이 있어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삼성생명 상장이 채권단과의 마찰로 다소 연기될 수 있다는 점도 이날 하락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최자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증시 격언 중 '루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라는 말이 있듯, 최근 시장에 지분 매각 결정 이야기가 돈 것으로 인한 단기 조정"이라면서도 "현재 주가 하락은 매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후 2시12분 현재 CJ제일제당은 전날보다 1.77% 내린 22만2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거래일 기준 3거래일 만에 하락 반전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