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올해 초 은행들은 연 4% 초반의 이자를 주며 고객을 유치했지만 지금은 3%대 초반까지 금리를 내렸다. 퇴직금 등을 은행에 맡긴 뒤 이자를 받아 생활하는 예금 생활자들이 느끼는 경기 체감온도는 영하에 가깝다.

신한은행 '민트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는 지난해 말 연 4.6%에서 2월 말 4.0%로 하락한 뒤 현재는 3.28%까지 떨어졌다. 국민은행의 '국민수퍼정기예금' 금리도 지난해 말 연 4.55%에 달했지만 지난달 4.15%에 이어 현재는 3.40% 수준이다. 하나은행의 '하나369정기예금' 금리도 연초와 비교하면 1.0%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우리은행은 최근 '키위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 인하했다.

은행들이 예금 이자를 낮추는 이유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2월 기준금리를 연 2.0%로 내린 이후 지금까지 이 금리를 유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게 가져가다 보니 은행들도 예금 금리를 많이 줄 수 없다.

또 다른 이유는 은행들이 돈을 굴릴 데가 없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올해 초 예대율(대출금을 예금으로 나눈 비율)을 맞추기 위해 일시적으로 금리를 높여 예금을 끌어들였지만 이 돈을 대출해줄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로 부동산 거래가 끊겨 아파트 담보대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대기업들은 은행 돈을 쓰려 하지 않는다. 중소기업들에는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선뜻 대출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어서 앞으로 예금 금리를 더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가지수연동예금(ELD) 주가지수연계증권(ELS) 등 정기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기대할 수 있는 상품에 돈을 넣어두라고 조언한다. 상호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은 은행보다 통상 1%포인트 이상 이자를 더 주기 때문에 저금리 시대에는 서민금융회사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